코스피 급락하고 환율 올랐다...증권가 “관세협상 난항 우려 선반영, 계속되진 않을 것”

지난 2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3471.11)보다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에 마감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있다. 뉴시스

대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26일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했고, 환율은 올라 1410원을 재돌파했다. 증권가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로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전개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30.72포인트(0.89%) 내린 3440.39로 출발해 한때 3365.73까지 내리기도 했다. 종가 기준 3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2일(3395.54)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상위권 종목은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가 3.25% 내린 8만33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5.61% 급락해 33만6500원이 됐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3.46%)과 현대차(1.15%), 기아(1.76%), KB금융(1.40%), 삼성전자우(3.26%), 신한지주(0.86%), 한화오션(2.37%), HD현대중공업(2.67%) 등도 내렸다. 반면 셀트리온(0.06%), 네이버(0.98%), 삼성생명(1.20%) 등은 상승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00.6원)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선불’임을 강조하면서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의약품 100%, 가구 50%, 트럭 25%의 보복관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대미 투자 금액을 7월 구두 합의에 따른 3500억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하락한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시현했고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로 상승했다”며 “환율 부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코스피 조정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며 “만일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강행할 경우 주가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기대감이 강화되면 환율 안정과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나 연구원은 “시장에는 현재 다수의 대외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차주 발표될 미 9월 고용지표와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표가 연준 통화정책 경로에 핵심 영향을 미칠 변수”라고 강조했다.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면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으나, 지표가 부진하면 연준의 완화 기대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만일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강행할 경우 주가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지만,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면 극단적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며 “추석 연휴 이후 협상 진전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완화가 기대되며, 구조적으로 연준의 완화적 정책 전환, 반도체 업종 실적 회복,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시장의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주가 조정 시 AI 소프트웨어, 로봇, 반도체 등 구조적 수혜 업종 중심의 매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