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전산시스템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대규모로 보유·관리하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복구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큰 불길은 잡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데다 다량의 연기로 현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10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고, 현재 6시간 넘게 연기를 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배터리가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온도가 최대 섭씨 1000도까지 오르는 현상)가 계속되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이 없는 구조로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한때 내부 온도가 160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전산실에 쌓여있던 리튬이온배터리 팩 384개는 모두 소실된 상황이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한번 불이 나면 꺼지기 어렵고,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소방당국은 연기와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한편, 내부 배터리팩을 물에 담가 반출한다는 계획이다. 송풍기를 이용해 배연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 그을음과 연기가 가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산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필요한데, 화재로 항온·항습기가 고장 나면서 서버 전원은 모두 끈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국정자원은 장비를 조달해 데이터를 긴급 복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정자원 관계자는 “아직 열기가 빠지지 않아서 복구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복구가 언제 끝날지는 열기가 빠지고 소방 안전 점검 끝나고 서버를 재가동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도 이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완전 진압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현재 불이 발생한 5층 전산실 내부 확인을 위해 배연 및 냉각 작업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국정자원 전문가들과 함께 리튬이온배터리를 분리해 건물 외부에 임시로 설치한 소화수조로 이동시켜 냉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더딘 작업 과정으로 인해 완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방청은 전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