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명에 사는 70대 A씨는 29일 아침 일찍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인감증명서, 등·초본 등 각종 서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A씨는 “원래는 딸이 온라인으로 발급받는다고 했는데, 시스템이 안된다고 하더라. 딸이 혹시 모르니 빨리 가라고 해서 아침만 먹고 나왔다. 나보다 일찍 온 이들도 많더라”며 “1시간 넘게 기다려 필요한 서류를 겨우 받았다”고 안도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나흘째이자 첫 평일인 이날 여전히 행정정보시스템 대부분이 복구되지 않으면서 전국이 큰 혼선을 빚고 있다. 국민들은 각종 민원이나 증명서 등을 디지털로 발급받지 못해 시·군·구청과 주민센터로 몰렸고, 공무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결재 서류와 근무 기록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재로 멈췄던 전체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복구가 완료된 건 오후 4시 기준 정부24와 우체국금융서비스 등 73개다. 이중 행정안전부 중 모바일신분증(발급 제외), 정부24, 공공서비스통합관리시스템, 주민등록시스템, 문서유통시스템,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 등이 포함됐다.
공직자통합메일망도 복구되면서 일단은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정부 업무포털 온나라시스템의 마비로 내부 정책 방향 결정에서부터 업무에 필요한 물품·서비스 구매, 인허가 등에 업무 전반에 걸친 결재에 지장이 빚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들은 전산망 밖에서 수기로 문서 대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이나마 긴요한 문서부터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경우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표단이 언제든 미국에 긴급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행정적 근거를 남기고 항공권과 호텔비 등을 지출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토지대장 등 민원서류 8종을 온라인 발급·열람하는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등 4개 시스템이 여전히 불통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시군구청과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해 이날 오전부터 일선 관청에 민원인들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다.
전국에 있는 화장장도 아날로그식으로 돌아가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전국 화장시설 예약 창구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은 제한된 상태로, 유족과 장례식장 직원들은 화장을 예약하기 위해 화장장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있다. 유족이나 상조회사·장례식장 직원들이 전화로 화장시설에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을 경우 팩스로 신청서와 사망진단서를 보내 예약을 확정하는 아날로그식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화장 예약 시스템 접속도 제한됐지만 화장 업무 자체에 차질은 없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홈페이지에 ‘국민신문고·정보공개포털 서비스 중단 안내’를 공지하고, 전산망 복구 전까지 전자우편 또는 우편으로 서류를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한, 기업지원플러스(G4B) 운영 장애에 대응하여 대체 사이트 안내 및 불편 신고 창구를 운영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금 및 바우처 업무 일부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무 포털 및 내부 소통 메신저 작동에 일부 불편을 겪고 있으며, 19개 행정정보시스템 중 5개가 중단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신문고 시스템 장애 지속에 따라 대체 창구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행정전산망 장애와 관련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비스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이와 같은 장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반적 점검과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라”고 재차 지시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