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인 연락사무소 절반, 현황명세서 제출 안해

외국법인의 연락사무소 현황명세서 제출 현황. 박민규 의원실 제공

 

외국 법인 연락사무소 절반 이상이 현행법을 지키지 않고 국내 영리활동 점검을 위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락사무소가 실질적인 고정사업장임에도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탈세 꼼수 수단으로 쓰이고 있어 이를 악용하는 외국 법인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법에 따라 2022년부터 외국 법인 연락사무소의 현황명세서 제출이 의무화됐으나 최근 3년간 현황명세서 제출 대상 연락사무소 3304곳 가운데 1867곳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외국 법인 연락사무소는 업무 연락, 시장조사, 정보수집 등 예비적인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외국 법인이 국내에 설립한 사무소를 말한다. 연락사무소는 국내에서 수익을 내는 영업활동을 영위할 수 없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외국 법인 본점의 국내거래현황, 국내투자법인, 지점, 계약대리점 현황 등을 현황명세서에 작성해 다음 연도 2월 10일까지 소재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영업·판매 등 실질적인 사업활동을 수행할 경우 법인세법상 고정사업장으로 간주돼 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현황명세서 제출률이 43.5%에 불과해 외국 법인 연락사무소들이 국내 법인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제출률은 2022년 40.7%, 2023년 45.2%, 지난해 44.5%에 그쳐 해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가별 위반 현황을 보면 미국이 537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이 296개로 두 나라만 전체 위반의 44.7%를 차지했다. 현황명세서 미제출률도 중국 70.8%, 미국 66.6%로 전체 평균 (56.5%)을 상회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 법인이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대신 연락사무소를 차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모법인의 영업·판매 등 본질적 사업활동을 국내에서 수행하거나, 국내 관계사에 용역을 제공하면서도 법인세 신고를 누락하는 등 불법적인 영리활동을 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정부는 이같은 법령 위반 사례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현황명세서를 미제출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외국 법인들이 국내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는데, 국세청은 과세정보라는 이유로 이들 기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태료 부과만으로 부족하다. 불법 영리활동을 하며 고의적으로 현황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제출하는 경우 명단공개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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