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금은 주문만 가능하고 3~4주 후에나 받을 수 있어요. 은은 4개월쯤 걸리고요.”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의 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직원의 말이다.
“반지 보러 왔는데,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지금 못살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사려니 금값이 너무 오르고 있어 그때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결혼을 앞둔 김양미(37·가명)씨는 결혼반지를 보러 왔다가 결국 발길을 돌렸다. <관련기사 2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치솟는 가운데 이날 종로 일대 귀금속 거리와 매장은 금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사업3본부 상무이사는 지금의 상황을 ‘패닉 바잉(pacic buying·공포 매수)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돌반지나 결혼반지 같은 선물용은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오히려 못 사고, 요즘 금 구매자 대부분은 투자 목적”이라며 “좀 전에 31억원 어치를 사 간 사람도 본인이 모은 돈을 금으로 바꾸는 경우였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손주의 돌을 앞둔 70대 박모씨는 이미 지난 8월 지인의 조언을 듣고 미리 금을 사뒀다. 박씨는 “지인이 9~10월엔 금값이 더 오른다고 해서 서둘러 샀다”며 “당시에도 한 돈에 50만원이 넘었는데 이렇게까지 오를 줄 몰랐다. 미리 사길 잘한 것 같다”고 웃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을 사고 싶어 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 상무는 “수입과 함께 일반인이 되팔아 나온 고금 등 여러 방법으로 최대한 재고 확보를 하고 있다”면서 “중소업체의 경우 수급이 없어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금값은 지난 2일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금 대신 은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순금 한 돈에 (3.75g) 80만원을 줘야 하지만 은은 한 돈당 1만1000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서다. 다만 은 역시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 상무는 “올해 2, 3월 김치 프리미엄으로 금값이 올랐을 때도 평상시보다 매출이 5배 늘었는데 지금은 10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만 1.4t의(1400개) 은 주문이 밀린 상태”라고 말했다.
추후 금값이 안정기를 찾을지, 더 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해외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온스당 5000달러도 가능하다는 예견도 나온다. 서 상무는 “보통 열흘 정도 금값이 급격한 상승을 보인 후에는 조정이 있는데 지금은 약 두 달 이상 계속 급증하는 상황이라 조정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트럼프의 중국산 제품 보복관세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여야 한다”고 전망하면서도 “금리 인하 등 금값이 올라갈 유인은 더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