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직전인 추석 연휴에도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가 다수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발표 당일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에선 막판 신고가 계약이 속출하는 등 이른바 ‘막차 매수’ 행렬이 잇따랐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신고 기준으로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3∼10일 이뤄진 아파트 매매계약은 서울에서만 476건이다. 일자별로 보면 연휴 첫날인 3일이 2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둘째 날인 4일 114건,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67건 순이었다. 5일에는 15건, 6일 4건, 7일 10건, 8일에는 19건이 신고됐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상 주택 매매거래 실거래가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하도록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연휴 기간 매매는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와 성북구가 각 4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마포구(45건), 노원구(41건), 동대문구(38건), 양천구(30건) 영등포구(27건), 은평구(24건), 강서구(22건), 동작구(21건), 성동구(20건), 서대문구(19건), 관악구·구로구(15건), 강북구·광진구(14건) 등 순이었다. 반면 이미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지정됐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는 거래가 미미했다. 강남구에서는 3건, 서초구 2건, 송파구 6건, 용산구는 1건이 신고됐다.
추석 연휴 기간 아파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전 막차 매수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추석 연휴 이후 정부가 대출 규제를 비롯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막차 수요가 들끓은 것이다.
10·15 대책 발표 당일에는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에서 막판 신고가 계약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래미안목동아델리체 전용면적 59.82㎡는 지난 15일 15억5000만원(22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발표 직전인 6월 25일에 같은 면적이 14억2000만원(26층)에 팔리며 처음으로 14억원대에 진입했는데 10·15대책이 발표된 당일 1억3000만원 높은 가격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9차현대홈타운 전용 82.56㎡는 지난 15일 18억원(4층)에 매매돼 종전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면적·층이 지난 6월 20일 15억원에 거래된 것과 견줘 약 4개월 새 3억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정부가 10·15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16일부터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무주택(처분조건부 1주택 포함)의 경우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됐고 유주택자는 아예 대출이 금지됐다. 또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 6·27대책의 6억원 한도가 유지되지만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대출액이 줄었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에 마음이 급한 실수요자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매도자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밀리면서 신고가 거래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10·15 대책 발표 이후에는 종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아파트 전용면적 114㎡는 지난달 28일 19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으나 10·15 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 17일에는 5억원 낮아진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자이 전용 59㎡도 대책 발표 당일 15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으나 17일에는 14억원에 팔렸고 이전까지 8억원대 후반∼9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노원구 월계동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전용 59㎡는 17일 6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0·15 대책은 6·27 대책에 이은 2차 충격요법인 만큼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 장세로 들어갈 것”이라며 “단기 급등지역이나 토허구역 지정 대상 지역은 일부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