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이집트·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세일즈 외교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수소·전기차·도시철도·전기차 생산기지 등 현대차그룹의 사업 축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유럽을 관통하는 모빌리티 벨트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UAE 정상회담을 통해 인공지능(AI) 200억 달러, 방산 150억 달러, K-컬처 투자 확대 등을 합산해 1000억 달러가 넘는 투자·협력을 이뤄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축을 맡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전날 진행된 BRT(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직접 참석해 UAE 측과 수소·친환경 모빌리티·전기차 충전 인프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이미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수소, 그린 알루미늄, EV 충전 인프라,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포괄적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 이 협력을 구체적 사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UAE에서 수소 상용차, 전기차 충전망, AAM, 스마트시티 교통 체계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그 축 사이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이동의 축’이 현대차”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UAE 성과는 앞서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 프로젝트와도 맞물린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 5만대 규모의 전기차·내연기관차 혼류 생산이 가능한 HMMME 공장을 내년 4분기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네옴 등 신도시 프로젝트와 연계해 전기차·수소차·AAM을 포함하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사우디의 생산거점, UAE의 AI·에너지 허브가 결합할 경우 현대차가 걸프 전역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집트에서는 ‘생산+판매+인프라’를 묶은 세일즈 플랜이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이집트 최대 모빌리티 기업 GB코퍼레이션 산하 GB오토를 통해 아반떼(엘란트라AD), 엑센트 등을 CKD(반조립)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GB코퍼레이션은 최근 카이로 인근 공장에 6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2026년 2분기부터 현대차 신형 세단 조립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가 전기차를 앞세워 이집트에 첫 상설 전시장을 열며 북아프리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정상외교를 계기로 완성차 생산 확대, 전동화 모델 도입, 도시철도·인프라 사업(현대 로템)까지 연계된 패키지 세일즈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튀르키예는 현대차에 유럽 EV 허브로 진화할 전략 거점이다. 현대차는 터키 이즈미트 공장에서 i10·i20·바이욘 등을 생산 중이다. 2026년 하반기부터는 해당 공장에서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내연기관 생산량 일부를 줄이고 EV 라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중동·북아프리카에서 키운 수요를 유럽 전기차 시장과 연결하는 모빌리티 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UAE·이집트에서의 세일즈 외교가 수요·인프라 측면의 기반을 다진다면 튀르키예는 이를 실제 공급으로 뒷받침할 생산 기지가 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세일즈 외교에서 현대차는 사우디-UAE-이집트-튀르키예로 이어지는 ‘미래 모빌리티 축’을 맡아 전체 판을 이어붙이는 역할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