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2일 회의 첫날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을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회의 마지막 날에 선언문이 채택되는 관례와 달라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회의 불참과 함께 선언문 채택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남아공이 이를 무시하고 선언문 채택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상선언이 회의 시작 시점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전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역시 개막식과 첫 세션에서 “압도적인 합의가 있었다”며 초반부터 선언문을 채택하자고 강조했다.
남아공 외무부는 이후 30페이지 분량의 ‘G20 남아공 정상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G20이 다자주의에 기반을 둔 합의로 운영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2026년 미국,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에서 다음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한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팔레스타인 점령지, 우크라이나 등 지역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저소득국 부채 부담 완화를 강조했다.
미국은 남아공의 백인 박해 논란 등을 이유로 이번 G20 회의를 보이콧했고 선언문 채택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자국의 동의가 반영되지 않은 정상선언 대신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첫날 선언문 채택을 진행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미국·중국·러시아 정상 모두가 불참한 가운데 개최됐다.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회의는 3개 세션으로 구성되며 23일 폐막한다.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인 미국에 의장직을 공식 이양하는 절차가 예정돼 있으나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남아공 정부가 미국 측이 제안한 대사 대리급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외무장관은 미국이 적절한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지 않는다면 의장국 인계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은 회의장에서 별도 회동을 갖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후 다국적 공동성명에서 국경 변경은 무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계획을 “추가 논의가 필요한 기초”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남아공에 도착해 개회식, 만찬, 두 개의 세션에 참석했으며 MIKTA 정상회의, 프랑스·독일과의 양자회담 등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세 번째 세션 참석 이후 동포 간담회를 마치고 튀르키예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