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유난히 몸이 쉽게 지치고 기력이 떨어진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시기에는 우리 고유의 보양 재료인 인삼으로 몸을 다독여보면 어떨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제철 기운을 음식으로 충전하고 싶다면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으로 향할 만하다.
금산은 올해 K-미식벨트 사업의 거점 중 하나다. 1500년의 재배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인삼의 종주지이자 유통의 중심지다. 이를 활용한 관광지와 먹거리도 풍성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지역별 미식 자원을 관광 콘텐츠로 묶는 K-미식벨트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 지역 고유의 식재료와 특색있는 음식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단순한 지역 식재 홍보를 넘어, 일반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식투어 프로그램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충남문화관광재단과 금산군이 함께 선보인 ‘K-미식벨트 금산 인삼 미식투어’는 지난달 25일 첫선을 보여 호응을 얻었다. 인삼 캐기 체험, 인삼 꽃주 담그기, 인삼 디저트 쿠킹 클래스 등 특색있는 체험거리에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호 김창수 명인 인삼주 시음회, 신안골모퉁이 농부형제와 함께하는 금산 인삼 삼계탕 등 다양한 먹거리로 만족도가 높다.
금산의 자연과 식문화를 아우르는 코스를 따라가다보면 약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금산인삼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인삼벨트 코스’를 소개한다.
◆금산인삼 재배 설화 전해지는 ‘개삼터 공원’
첫 일정은 금산 인삼의 기원을 품은 ‘개삼터’에서 시작해보자. 해발 737m 진악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말 그대로 인삼이 처음 열린 터, ‘금산 인삼 재배의 시발점’으로 전해진다.
설화에 따르면 약 1500년 전 강씨 성을 가진 한 선비가 병든 어머니의 쾌유를 빌다 꿈속에서 산신령을 만난다. 산신령은 “진악산 관음굴 암벽에 붉은 열매가 달린 풀이 있으니 그 뿌리를 달여 드리라”고 일렀다. 선비가 그대로 행하자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다. 이후 선비가 씨앗을 개안이 마을에 심어 재배하기 시작한 게 금산 인삼의 시작으로 전해진다.
개삼터에는 이 설화를 시각화한 ‘강처사 이야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강처사의 생가터와 금산 인삼의 시초를 기리는 ‘개삼각’도 남아 있다.
◆역대 수상 인삼 보고, 수삼 쇼핑해볼까
금산인삼약령시장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각종 인삼류와 약초 등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금산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인삼의 70~80%가 거래되는 주요 시장이다. 이 주변에는 금산인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금산인삼관’이 운영 중이다. 해마다 금산인삼제에서 인삼 선발대회가 열리는데, 역대 수상받은 인삼들이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전시관을 나와 ‘금산수삼센터’에 들어서면 금산 인삼 산업의 현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약 150개 점포가 모인 국내 최대 규모의 인삼 집산지다. 인삼 가격은 예상보다 합리적인 편이다. 수삼 한 채(750g)가 평균 2만5000원 수준이다.
◆인삼주·백숙·도리뱅뱅… 먹거리 풍성
금산에서는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술이다. 인삼의 고장에서 ‘인삼주’가 빠질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인삼을 넣어 만든 담금주가 아니다.
금산인삼주 양조장에서는 김창수 명인이 만드는 인삼주를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통 증류 인삼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발효한 인삼을 소줏고리로 증류한다. 오랜 연구 끝에 완성된 금산인삼주는 12.5도부터 43도까지 다양한 도수로 출시된다. 누룩과 인삼 향이 조화된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이와 함께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즐겨보자.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토종닭 인삼 백숙, 인삼 어죽과 인삼 도리뱅뱅도 빠지면 섭섭하다. 인삼의 식감을 단계별로 경험할 수 있는 ‘인삼 정식’도 경험할 만하다. 생·절임·튀김·건조 등 다양한 형태의 메뉴가 코스처럼 이어진다.
◆금강 한눈에 담는 ‘월영산 출렁다리’
풍광을 보고 싶다면 월영산 출렁다리로 향하자. 2022년 개통한 월영산 출렁다리는 월영산과 부엉산 사이를 잇는 높이 45m, 길이 275m, 폭 1.5m의 무주탑 형태로 설계됐다. 다리 아래로는 금강 상류 물줄기가 흘러 산과 강이 조화된 아름다운 수변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주탑이 없는 형태로 출렁거림이 강하게 느껴져 아찔함을 즐길 수 있다.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길은 왕복 3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코스로 쉬엄쉬엄 오르기 좋다.
한편, 정부는 2032년까지 전국에 총 30개의 미식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북 순창·전남 담양을 중심으로 한 ‘장(醬)벨트’가 첫 시험대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금산 인삼(충남) ▲안동 전통주(경북) ▲광주 김치(광주광역시) 등 세 가지 테마가 새롭게 추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K푸드 트래블(K-Food Travel’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 고유의 재료와 음식이 세계 브랜드로 나아가는 길을 열겠다는 포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