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생존위협, 새벽배송 결사반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19일 국회 본청 앞 중앙계단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은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허용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8일 열린 고위 협의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온라인 비중 확대 등 유통 환경 급변에 따라 현행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어 새벽 배송을 할 수 없다.
지난해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와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급격히 성장한 사이,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로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정은 법 개정과 함께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등을 보호하고 육성·지원하기 위한 유통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파장은 날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이날 전국상인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 반대 집회를 열어 쿠팡 견제를 명분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희생시키는 정책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거대 유통자본의 무차별적인 상권 잠식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렵게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정부는 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허물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형마트 매출 감소는 무분별한 출점과 변화하는 소비패턴에 대응하지 못한 대기업 유통 전략의 실패”라며 “대기업의 경영 실패를 왜 소상공인이 대신 책임져야 하냐”고 역설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의원들은 쿠팡 견제와 대형마트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에 반대하며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대형마트의 규제를 풀어 또 다른 거대 유통에 특혜를 주는 방식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며 “거대 공룡들의 경쟁 속에서 죄 없는 중소상인과 자영업자가 희생양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오늘 현장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 상생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형마트는 이미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도 지역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형마트 새벽배송은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생계를 위해 땀 흘려온 분들이 삶의 질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쿠팡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의 제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은 시한을 정한 새벽배송 전면 허용 속도전을 멈추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진정한 상생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고 재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서는 산재를 줄이고 일터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되고 있는데, 여당에서 심야 노동을 확산하는 새벽배송을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대한민국 유통 생태계를 바로잡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법안∙제도 보완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두터운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