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표준계약서 실효성 확보와 노동자성 인정, 노사정 협의 구조 마련 등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 경쟁력 이면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K콘텐츠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8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콘텐츠산업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예술노동연대, ‘예술인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이날 손 의원은 “콘텐츠 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존재한다”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노동권 보장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손솔 의원실에서 의뢰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 ▲노사정 거버넌스 구축 등 구체적인 입법 과제가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노무사는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위장 프리랜서’와 ‘위장 하도급’이 고착화되면서 노동법의 보호를 회피하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며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 계약이 관행처럼 사용되는 현실은 종사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준계약서 권고만으로는 현장을 바꿀 수 없다”며 “법적 강제와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OTT 중심 제작환경 변화 속에서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안병호 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같은 영상콘텐츠임에도 극장 상영 여부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달라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작사의 편의에 따라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플랫폼 변화가 노동권 후퇴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지부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불공정 계약 관행과 위장 프리랜서 구조로 인해 제작 현장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방송사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차기환 한국실연자권리협회 전문위원은 “방송연기자를 포함한 실연자 역시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노동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성 인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손 의원은 “K콘텐츠의 성장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함께 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하다”며 “오늘 논의를 입법으로 연결해 현장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설명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