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美 물가…한국 증시 변수 부상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거리 모습. AP/뉴시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거리 모습. AP/뉴시스

 

시장 예상치를 웃돈 4월 미국 물가 지표에도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물가는 여전히 경제를 압박하는 변수로, 향후 한국 경기와 국내 증시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IBK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6% 올라 3월(0.9%)보다는 낮아졌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8%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영향이 컸지만, 더 주목할 점은 국제유가 상승을 제외한 근원(Core) CPI 상승률도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근원 CPI는 3월(0.2%)보다 높은 0.4%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8% 상승했다.

 

유가 상승 영향이 공급망을 따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전쟁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 물가 지표는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이 이뤄지고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더라도 미국 물가가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물가는 유가와 양적완화 정책 이후 늘어난 잉여유동성과 트럼프 관세 정책 등 구조적 요인까지 미치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은 시차를 두고 매우 완만하게 조정된다. 일정한 고물가는 지속되며 공급망과 환율 등에 전가된 가격 압력이 해소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의 물가지표에 대한 관심은 금리와 연결되는 이유다. 과거 유가 급등 국면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연말까지 연준의 금리 동결에 가깝다. 미국 경제가 심각한 양극화에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망치를 웃돌며 성장 전망도 상향되고 있지만, 체감경기와 고용지표는 오히려 둔화하는 모습이다. 높은 물가와 자산시장 과열에도 미국이 쉽게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장기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가 급등 이후에는 미국 장단기 금리차(10년-기준금리)가 확대됐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장기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세와 전쟁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감안하면 미국 장기금리 상승 가능성은 더울 커질 걸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도 신용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지난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뉴욕연방준비은행의 회사채 스트레스 지수도 이란전 이후 급등했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급증하고 있는 AI 투자 수요가 빠르게 외부자금 조달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과 사모신용시장에서 지속적인 경고음 등을 감안해 주의가 필요하다.

 

정용택 IBK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이클에서는 한국 기준금리보다 미국 시장금리가 국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업황은 미국의 AI 투자 수요와 미국 시장금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현민 기자 jhm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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