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없고 산정기준 제각각… 공공기관 정부위탁사업 ‘방만 운영’ 도마 위

공공기관의 정부 위탁사업 수행 시 위탁수수료 수취 규모.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공공기관의 정부 위탁사업 수행 시 위탁수수료 수취 규모.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정부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정부 위탁사업이 계약 체계 부실과 불합리한 수수료 산정 등으로 인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탁사업은 외부의 전문성을 활용해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이지만, 상당수 기관이 계약조차 체결하지 않거나 명확한 기준 없이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나타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공공기관의 정부 위탁사업 수행 및 재위탁 운영상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 141개 중 37.6%에 달하는 53개 기관이 사업 수행 과정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계약서에 가장 중요한 위탁사업비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6개 기관(11.3%)은 계약상 위탁수수료 수취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권리와 의무 관계가 서류상으로 충분히 구체화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위탁수수료 산정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받는 위탁수수료율은 기관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였는데, 이는 수수료율 산정 과정에서 적용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중 47개 공공기관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 정한 일반관리비 상한선(최대 5~11%) 규정 외에는 별도의 자체 산정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최성찬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 예산분석관은 “이는 수수료율의 상한을 제시하는 데 그칠 뿐, 개별 위탁사업의 특성이나 기관별 업무 부담을 반영한 구체적인 산정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제 집행을 제3의 기관에 넘기는 ‘재위탁’ 구조에서의 수수료 가로채기 관행은 더 심각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다른 기관에 다시 맡기고 자신들은 단순 관리 책임만 부담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챙겼다. 원수탁기관인 공공기관과 실제 집행을 맡은 재수탁기관이 수수료를 중복으로 수취함에 따라, 전체 예산 중 최종 수혜자에게 돌아가야 할 직접사업비 비중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는 재위탁 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이 실제로 부담하는 업무량과 책임 수준에 부합하는 위탁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 분석관은 “장기적으로는 정부 위탁사업의 계약 체계와 비용 산정 구조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과 정부의 최종 책임성이 균형 있게 구현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