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갑내기는 ‘돈’과 ‘지갑’, 그리고 ‘동갑내기’를 합친 말로, 2030 동년배 세대들의 지갑 속 자산을 주체적으로 지키고 키워가자는 취지의 연재입니다. 자본시장 흐름 속 주목해야 할 ETF 트렌드와 금융권 소식은 물론, 복잡한 보험 정보까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짚어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랠리를 타고 레버리지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대형주를 정조준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수조원의 자금이 쏠리는가 하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150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고배율 레버리지의 한탕주의가 증시 전반을 잠식하면서 건전한 자본시장의 기능은 사라지고, 한국 증시가 사실상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국내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한 초고위험 레버리지 선물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에 각 20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선물을 출시한 데 이어, 투자 수요가 몰리자 최대 배율을 50배까지 상향 조정했다. 특히 KORU 자체가 코스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ETF인 만큼 50배 선물은 코스피 움직임에 최대 150배 수준의 레버리지를 거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로 테더(USDT)를 매수한 뒤 이를 해외 거래소로 옮기면 별다른 제한 없이 해당 상품을 거래할 수 있어, 일부 국내 투자자들은 거액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초고배율 파생상품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 역시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에 힘입어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과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TF 수익률 상위 1위부터 12위는 모두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수익률 1위부터 3위는 모두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가 차지했다. 수익률 1위는 ‘TIGER 200IT레버리지’로 이 기간 상승률이 764.07%에 달했다. 해당 상품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SK스퀘어, 삼성전기 등 반도체 및 IT 관련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이어 ‘KODEX 반도체레버리지’(493.80%)와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361.23%)가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레버리지 투자 열풍은 지수형을 넘어 특정 대형주를 정조준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심화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첫 상장된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은 19조4000억원으로 상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자금 쏠림 속에 시장 변동성 지표도 극대화됐다. 단일종목 출시 이후 주식시장 전체의 서킷브레이커는 지난달에만 3차례 발동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코스피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의 기형적 구조 속에서,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장 마감 전후의 리밸런싱은 상승장과 하락장의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 달러의 규모의 리밸런싱 수요를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16개가 동시 상장된 후 한 달간 일평균 10조원가량 거래되며 지수 변동성을 키웠다”며 “상장 전부터도 VKOSPI는 평균 53으로 상시적 고변동성 국면에 진입했으나 상장 후 역사적 신고점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