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자는 감세, 고가주택은 압박…세제개편에 갈린 민심

최근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에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최근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에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두고 시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실거주 중저가 1주택자는 세 부담이 줄어든다며 반기는 반면, 서울 강남권의 고가 주택 보유자와 은퇴 고령층에서는 사실상 집을 팔라는 압박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무주택자들은 세금 손질만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잡을 수 있겠느냐며 공급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을 주택 수보다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에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시가 약 20억원 수준의 주택까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반대로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액은 9억원으로 낮아지고,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보다 거주 중심으로 바뀐다. 공제 대상 양도차익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2028년까지 양도세 중과 부담을 단계적으로 덜어 매도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만 65세 이상이 수도권 주택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옮기면 내년 양도세를 50% 깎아주는 방안도 담겼다.

 

서울 마포·강동 등 중저가 실거주 1주택자 사이에서는 실제 사는 집과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집을 구분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제 확대에 따라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거나 보유세가 줄어드는 단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유지될 경우 보유세가 소폭 감소하고, 강동구 일부 단지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권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반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매달 정부에 월세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소득이 줄어든 은퇴자들은 오래 산 집을 떠나야 하느냐는 불만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시가격이 그대로여도 일부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는 내년 20~30% 이상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과 무주택자들의 시선은 더 차갑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팔면 매물이 늘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집주인이 세 부담을 임대료에 떠넘기거나 직접 입주하면서 전·월세 물량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세금표만 바뀌었을 뿐 당장 살 집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냉소다. 매물이 나오더라도 현금 여력이 있는 대기 수요가 먼저 흡수하면 무주택자의 체감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과세 형평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0억원을 넘는 근로소득에는 지방소득세 등을 합쳐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부동산으로 수십억원을 벌고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연히 집값이 오른 실거주자는 부담을 덜어주되 투자 목적으로 얻은 큰 차익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논란에는 중과 폐지가 아니라 매도를 위한 한시적 퇴로라고 선을 그었다. 입법 전까지 의견을 충분히 듣되 결정 이후에는 정책을 자주 뒤집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동시에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가용 부지와 행정·금융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의 성패는 세 부담 증가가 실제 매물로 이어질지, 그 매물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로 연결될지에 달렸다”며 “시민들이 같은 세법을 두고 감세와 증세, 정상화와 징벌로 다르게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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