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빗장에도 가계빚 4조 ‘껑충’…마통·부실채권도 ‘역대 최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직장인 A씨(37)는 최근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당초 계산보다 5000만원 축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부족한 잔금을 맞추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에서 4000만원을 빼썼다”며 “금리가 높아 부담스럽지만 당장 잔금을 못 치르면 계약금을 날릴 판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며 고강도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주택 구입 수요에 증시 빚투까지 겹치며 5대 은행 가계대출이 한 달 새 4조원 가까이 불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동시에 은행이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대출도 1조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자산건전성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대출 빗장에도 가계대출 4조 증가…마통 44조 ‘4년 만에 최대’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9791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183억원 늘어 두 달 연속 4조원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617조9411억원으로 한 달 새 2조7955억원 증가해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 역시 110조484억원으로 한달 새 1조3780억원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46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8월(44조7699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단 6일 동안에만 1조7501억원 급증했다.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둔 막차 수요와 부동산 매수 심리, 최근 증시 조정 이후 저가 매수를 노린 신용대출 수요가 동시에 몰렸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고, 다른 은행들도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과 우대금리 축소에 나섰다. 그러나 주택 거래 후 대출 실행까지 2~3개월의 시차가 있고 기존 마통 미사용 한도를 통제하기 어려워 당분간 대출 증가 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회수 불가능’ 금액 1조2100억…가계 추정손실도 28% 증가

 

은행권의 부실 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추정손실은 총 1조2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전분기 대비 18.1% 증가했다.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추정손실은 은행이 보유한 여신 가운데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크게 악화해 회수 불능이 확실시되는 금액으로 사실상 회수 가능성을 포기한 채권을 뜻한다. 

 

기업대출 추정손실이 98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3% 늘었고 가계대출 추정손실도 2298억원으로 28.1% 증가했다. 향후 부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여신 역시 10조217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7% 증가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속 소상공인·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이 약화한 영향이다.

 

금융당국도 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달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신용대출의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빚투의 경우 손실 발생 시 충격이 더 큰 만큼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마통 미사용 한도를 가계대출 관리의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이 마통으로 쏠릴 수 있다”며 “기존 미사용 한도가 빚투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 신규 대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신용대출 급증은 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우회 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의 엄격한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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