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여파로 증시 변동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국의 투자 요건 강화로 거래 규모가 대폭 줄었다. 시장 과열은 진정세로 돌아섰으나 사전 검증 부실 등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지면서 파장은 경제정책 책임론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포함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은 94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규제 강화 시행 직전인 지난달 30일(12조4485억원)과 비교해 92% 급감한 수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해당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는 등 투자 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 규제 시행 첫날 3조1000억원대로 줄어든 거래대금은 이후 1조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당국이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은 이들 상품이 증시 변동성을 극도로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첫 상장된 이후 국내 증시의 등락 폭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상승기에는 과열 매수세를 불렀지만, 하락기에는 투매성 물량과 반대 베팅을 유발하며 시장의 불안정성을 폭발적으로 키웠다는 지적이다.
외신도 국내 시장의 이 같은 과열 현상을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열풍을 조명하며 “한때 세계 경제 성장의 신뢰할 만한 지표로 여겨졌던 한국 증시가 무법천지 카지노로 변모해 규제 당국과 투자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불안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파장은 경제정책 책임론으로도 확산했다. 최근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전 시의원은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을 근거로 당국이 상품 출시에 앞서 자체 검증이나 외부 기관을 통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주가 폭락이나 유동성 부족 등 극단적 위기 상황을 가정해 손실 규모와 위험 전파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관리 절차다. 사전 검증 절차를 생략한 채 고위험 상품 상장을 승인해 시장 혼란을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법적 대응과 함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와 관련해 “한국경제의 빌런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증시 급락 사태를 언급하며 “코스피 대폭락의 주요 원인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임이 분명한데도 김 실장은 변동성을 개인투자자의 성향 탓으로 돌렸다”며 “정부 관료가 잘못된 정책을 변명하는 건 많이 봤지만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뒤집어씌우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