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취임 이후 조직 체질 개선에 집중해 온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올해 2분기 뚜렷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며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과 비용 효율화,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순이익과 자본건전성 지표가 동시에 개선되는 모습이다. 특히 생산적 금융 확대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까지 속도를 내면서 내실과 외형을 함께 다지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외법인 부진과 개인정보 유출 등 내부통제 문제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정 행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자산 리밸런싱 성공…2분기 순익 58.6% 급증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8421억원으로 1분기(5308억원) 대비 58.6% 급증했다. 자산관리(WM)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확대된 가운데 판매관리비와 대손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결과다. 이로써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1조3730억원을 기록했다.
정 행장은 생산적 금융 중심의 우량 자산 확대와 자산 리밸런싱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업대출은 전년 말 대비 4% 이상 증가했으며, 핵심예금 기반 확대로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동기 대비 7bp 상승한 1.51%를 달성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또한 2024년 말 13.1%에서 올해 6월 말 15.3%로 2.2%포인트 대폭 상승하며 대외 신인도를 크게 높였다. 그 결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생산적 금융 공급 가속화 및 ‘우리WON뱅킹’ 중심의 영업 외연 확장
정 행장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생산적 금융 공급과 디지털 생태계 구축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우선 첨단전략산업, 수출기업,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총 12조70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여신 공급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자금 집행 속도를 높였다. 특히 미·이란 갈등 등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는 피해 기업에 10조원이 넘는 긴급 금융 자금을 공급했으며, 지원 건수의 약 99.9%를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집중하며 현장 중심의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혁신과 파격적인 이종 산업 제휴를 통해 고객 접점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상담·자산관리·기업여신 등 핵심 공정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대형 생활밀착형 브랜드와의 결합 프로모션을 대폭 확장했다. 이러한 생활금융 생태계 구축 성과에 힘입어 대표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900만명을 돌파하며 실질적인 영업 기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법인 적자·개인정보 유출 파문…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시험대
그러나 정 행장이 넘어설 과제와 내부통제 리스크도 명확히 드러났다. 가장 큰 과제는 동남아 해외 법인의 부진과 외부 위탁 관리 부실이다. 우리은행 해외법인은 올해 1분기 63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적자 전환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우리소다라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약 13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9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더욱 큰 문제는 내부통제와 보안 이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 과정에서 외부 개발업체(재수탁사) 직원의 과실로 고객 1만7551명의 닉네임과 연계정보(CI)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로젝트 종료 후 정보 파기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밝혀지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정 행장이 ‘기본과 원칙’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음에도 외주 관리 허점이 노출되고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이 저조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오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