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1000만 시대] ‘나 혼자 산다’가 바꾼 금융 지도…가족 상품 대신 ‘1인 특화’ 대세로

 

“가장을 위한 든든한 종신보험, 4인 가족 우대금리 통장.”

 

금융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가족 중심 문구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자기관리·배달 할인 카드,생활 밀착형 미니보험, 커피 한잔 값 소액 펀드 등이다. 국내 전체 가구 세 곳 중 한 곳 이상을 차지하며 1000만 시대를 연 1인 가구가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자 금융권의 셈법도 달라졌다. 다인 가구를 전제로 한 목돈 저축이나 종신보험 대신, 혼자 사는 개인의 일상과 소비 패턴에 맞춘 상품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나를 위한 소비’와 ‘필수 지출’…양극화된 지갑 공략

 

카드업계는 혼자 사는 소비자의 지출 성향에 맞춰 혜택을 재편하고 있다. 자기관리 지출을 아끼지 않는 이들과 식비·공과금 방어에 집중하는 실속파로 나뉘는 소비 패턴이 카드 상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카드가 최근 선보인 ‘디 오렌지’는 2030 1인 가구의 자기관리 수요를 겨냥한 카드다. 온라인 쇼핑과 외식뿐 아니라 피부과, 피트니스, 필라테스 등 헬스·뷰티 영역 결제액의 10%를 M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생성형 AI와 OTT 등 디지털 구독 서비스 이용 비중이 높은 청년층의 소비 특성을 반영해 관련 결제액도 적립 대상에 포함했다.

 

식비와 주거비 등 필수 지출을 줄이려는 실속형 수요도 주요 타깃이다. 직접 요리하기보다 배달이나 포장으로 끼니를 때우는 식생활에 맞춰 배달의민족 5% 할인을 담은 ‘배민 신한카드 밥친구’를 내놨고, 고정비 절감 카드로 자리 잡은 ‘미스터라이프(Mr.Life)’ 역시 공과금 자동이체 할인과 함께 편의점, 병원, 약국, 세탁소 등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업종의 결제 혜택을 짰다.

 

◆종신보험 지고 일상 보장…개인맞춤 ‘미니보험’

 

보험 시장 역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종신보험 위주였던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에 맞춘 소액 미니보험 출시가 이어지는 추세다. NH농협생명의 ‘운동쏘옥NHe부상케어보험’은 생활체육 중 발생하는 골절과 부상을 선별 보장하고, 롯데손해보험은 플랫폼 앨리스를 통해 물놀이 사고와 열사병 보장 상품을, 교보생명은 독서나 IT 기기 이용으로 발생하는 VDT 증후군(목·어깨 통증) 보장 상품을 내놓는 등 일상의 특정 위험을 떼어낸 소액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5000원 펀드부터 쪼개기 주식까지…‘나홀로족’ 자산관리 봇물

 

은행권에서는 목돈을 묶어둘 여력이 부족한 청년 1인 가구의 특성에 맞춰 투자 진입 기준을 낮춘 상품이 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이 선보인 ‘펀드 모으기’는 최소 가입금액을 5000원으로 낮춰 진입 장벽을 대폭 허물었다. 사회초년생도 매일이나 매주 자투리 돈을 쪼개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모바일 앱 내 큐레이션 기능과 가입 절차 간소화를 통해 비대면 접근성을 높였다. 나홀로족의 대표적인 고정비인 통신비를 겨냥한 알뜰폰(MVNO) 사업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 거래 실적과 통신 요금을 결합해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이 금융 결합 요금제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꾸준히 늘려가는 가운데, 우리은행 역시 ‘우리WON모바일’을 선보이며 2030 청년층을 겨냥한 요금제와 포인트 혜택으로 1인 고객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1인 가구의 금융 습관에 맞춰 투자 진입 방식을 바꾸고 있다. 목돈을 한 번에 굴리기보다 소액을 쪼개 투자하고, 일상 앱에 익숙한 1인 가구의 특성을 겨냥한 것이다. 토스증권의 ‘주식모으기’처럼 자투리 돈으로 주식을 적립식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고, 올리브영과 같이 1인 가구의 이용빈도가 높은 생활 밀착형 플랫폼과 손잡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제휴도 활발하다. 카카오페이증권 또한 메신저 채널에서 주식을 증정하는 등 친숙한 플랫폼을 앞세워 1인 투자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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