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에서 신용평가 대신 기술력을 활용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벤처펀드 투자와 대출을 연계하고 구조조정 기업의 금리를 낮추는 등 창업 초기부터 성장, 재기 단계까지 지원 범위도 넓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이 같은 내용의 ‘생산적 포용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매출과 신용등급만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벤처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성장 단계에 따라 투자와 대출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창업 초기 기업의 은행 문턱부터 확 낮춘다. 기술력은 있지만 매출이 적어 대출 심사부터 가로막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신용평가 대신 기술평가를 활용한 ‘기술특례대출’을 신설한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간 매출액 2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대출기간 최장 3년, 한도 최대 50억원까지 지원한다.
수출입 실적이 있으면서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신용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무등급과 사업이행능력 등을 심사해 최대 5억원을 공급하는 ‘신속특례대출’도 도입한다.
이들 특례대출에는 우량 중소기업 수준의 금리를 적용한다.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우대금리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보증서를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금융비용도 낮춘다. 수은은 신용보증기금에 특별 출연해 기업이 부담하던 보증료를 최대 3년 동안 총 3.0%포인트까지 지원한다. 수은과 신보는 이달 중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한, 유망 중소기업이 엄격한 신용등급 제한으로 이자를 추가 부담하지 않도록 올해 중 신용평가체계를 합리화해 중·저신용기업의 이자부담 완화에 나설 예정이다.
투자와 대출을 연계한 중소·벤처기업 지원도 확대한다. 수은은 인공지능(AI), 첨단전략산업, K-컬처 등을 대상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오는 12월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수은은 해당 벤처펀드에 1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펀드 투자를 받은 기업이 이후 기술대출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투·융자 연계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벤처캐피털(VC) 운용사와 다른 금융기관과의 공동 투자·대출도 확대한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재기 지원도 강화한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원리금을 성실하게 갚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대출금리를 연 1%까지 낮춰준다. 금리 인하로 줄어든 이자 부담만큼 원금을 우선 상환하도록 해 채무 감축을 유도한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 부실채권도 정리한다. 수은은 장기간 회수하지 못한 162억원 규모의 특수채권을 소각할 예정이다. 장기간 회수 노력을 했음에도 회수 가능성이 낮고 대손상각을 마친 30억원 이하 여신이 대상이다.
수은 관계자는 “수은형 생산적 포용금융을 통해 국내 중소 벤처기업의 창업부터 도약, 성공적인 재도전까지 성장 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기존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 등도 지속적으로 병행해, 수은형 생산적 포용금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