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순위 삭제’ 정부와 사전 협의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매월 발표하던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가별 순위 비교표를 제외하기 전 정부와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9월 외환보유액 순위표 삭제 조치를 단행하기에 앞서 재정경제부 등 정부 당국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별도의 공식 회의를 개최하거나 삭제 경위를 남긴 문서는 작성하지 않은 채 비공식 협의를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지난 25년 넘게 매월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순위를 공개해왔으나, 최근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해당 비교표를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올해 들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가 한때 13위까지 밀려나는 등 하락세를 보인 직후 이뤄진 조치여서 “순위 하락을 가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 변동이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불필요한 시장 불안과 과도한 해석을 낳아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용자 편의를 위해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대만을 비롯한 주요국 통계를 개별 조회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순위표를 재수록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국민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해야 할 통계가 순위 하락 국면에서 정부와 상의해 비공개로 전환된 것은 한은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처사”라며 “외환보유액 순위 공표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은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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