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 저자들…“법과 절차 이전에 신뢰 회복해야 해”

사진=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 저자들
사진=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 저자들

학교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배우는 첫 번째 사회다. 실수와 용서, 화해를 경험하며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교실에서는 학생 사이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교사는 생활지도를 하면서 아동학대 신고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학교 현장과 교육행정기관에서 오랜 기간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 오면서 교권보호와 아동학대 사안까지 대응하며 경험해 본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의 세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서 학교가 점점 ‘교육적으로 개입할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법이 최후가 아닌 최우선 수단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반성 대신 방어를 익히고, 화해 대신 대결을 경험합니다.” 세 저자가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는 단순히 학교폭력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폭력 장소가 SNS와 단체 채팅방으로 옮겨가고, 방식은 가스라이팅이나 딥페이크 등으로 더 은밀해지는 한편, 학생 사이 가벼운 장난이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계 갈등까지도 신고와 심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는 이른바 ‘최소주의’가 번지고 있다.

 

신간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를 서로 다른 두 문제로 보지 않는다. 학생을 보호하는 일과 교사가 마음 놓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결국 하나의 교육 문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교폭력 변화 양상과 사안 처리의 현실, 생활지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 보호자와 학교가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 등을 현장 경험을 토대로 짚어 나간다. 처벌과 절차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갈등을 법의 언어로만 해결하려고 할 때 교육이 무엇을 잃어버리는지 묻는다.

 

세 저자가 끝내 강조하는 요소는 ‘신뢰’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생기는 공백을 법과 제도가 채우는 동안, 정작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세 사람에게, 지금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와 다시 학교를 교육의 공간으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Q. 세 분이 함께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오래 해 오면서 잘못된 정보로 문제가 커지거나 악화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또, 법조인과 심리 상담사, 가해자, 피해자, 보호자를 모두 만나다 보니 각자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Q. 오랫동안 현장에 계셨는데, 과거와 비교해 학교폭력이 달라진 양상이 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현실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 학교폭력은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신체폭력 위주였습니다. 지금은 이게 언어와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또 디지털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훨씬 더 은밀하고 지속적인 형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사 시선이 닿지 않는 SNS나 단체 채팅방에서 관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Q. 달라진 양상에 따라 학교폭력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졌을까요?

 

일단 교육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혹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스라이팅 경우에는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같은 말로 피해 학생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자존감을 갉아먹습니다. 스스로 자기 감정조차 믿지 못하게 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게 합니다. 이에 교사가 피해를 인지하기도 힘들어집니다. AI 발달로 인한 딥페이크 문제도 심각합니다.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이게 단순 장난이 아닌 ‘디지털 성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 줘야 합니다.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훈계와 처벌 이전에, 관련 기관과 협력해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로 인한 2차 피해가 크므로 최대한 신속히 움직여 이를 차단해야 합니다.

 

Q. 학교폭력 대응과 관련해 아쉽거나 안타까운 점이 있을까요?

 

법이 최후가 아닌 최우선 수단이 되었습니다. 학생 사이 가벼운 장난이나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갈등에도 ‘학폭위에 보내 달라’라고 요구하거나, ‘법대로 처리하겠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이러면 학교는 결국 중재나 생활지도를 하는 대신 사안을 학폭위로 넘겨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반성이 아닌 방어를 익히고 화해 대신 대결을 경험합니다. ‘미안해’와 ‘괜찮아’가 아닌 진술서와 녹취록이 오갑니다. 물론 분명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갈등을 법으로 다루려고 하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관계 맺고 이어가는 방법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Q.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어도 ‘학폭 아님’으로 결론 나는 건수가 많다고 하는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친구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보호자는 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고 학폭으로 신고했고요. 하지만 결국 ‘학폭 아님’으로 결론 났습니다.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낄 만한 대화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를 확인할 증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복 절차를 밟아 행정 소송까지 갔습니다. 민사도 제기됐어요. 1년 6개월이 흐르고 피해 학생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정작 당사자는 본인이 그때 왜 그렇게 소외감을 느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결국, 보호자는 오랜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변호사 비용을 들인 소송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성장통에서 오는 관계 갈등을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훨씬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Q.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보호자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당연히 보호자로서 정서적인 지지와 격려를 먼저 해주어야 합니다. 다만 이후 사실관계와 필요한 절차는 학교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지지하는 일과 사건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서로 상충하지 않아요.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보호자 의견서를 AI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가 AI로 의견서를 쓰면, 또 가해 학생 보호자 쪽에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라는 의견서를 AI로 써서 냅니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보호자까지 다 빠진 채로 AI끼리 말싸움을 하는 겁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 사이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Q.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현장에서 교사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가르치면 아동학대, 안 가르치면 직무유기’라는 말도 있고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소주의, 즉 교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는 상황이 너무 많습니다. 이는 제도권이나 법률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 당장 변화는 어렵습니다.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사소한 신체 접촉이나 훈계도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잦습니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경찰 조사와 감사를 받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개입 자체를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을 아끼지만 함부로 다가갈 수 없고, 말 한마디 건네기가 두렵고, 어깨를 두드려 주기가 망설여집니다. 여기에 교사 개인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제도적으로 정당한 생활지도가 존중받고 부당한 신고로부터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교실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신뢰’입니다. 보호자가 학교를 믿지 못하고, 교사가 보호자를 믿지 못해서 생기는 빈자리를 계속해서 법과 제도로 메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작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공동체 의식’을 배워야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믿고, 도움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기여하는 건강한 관계를 경험해 봐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추가 학교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금방 교실이 바로 세워지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학교와 교사, 보호자가 하는 고민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확인하고 다시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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