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 자산 1위인 SBI저축은행이 사명 변경과 함께 본격적인 ‘교보 체제’로 새 단장에 나선다. 앞서 SBI저축은행을 인수한 교보생명은 이번 사명 교체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지분 인수, 디지털 자회사 흡수합병 등 사업 구조 재편을 잇달아 추진하며 지주사 전환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교보SBI로 간판교체…시너지 가속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오는 11월 사명을 ‘교보SBI저축은행’으로 변경한다. 2013년 9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SBI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 약 13년 만이다.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지분 ‘50%+1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교보생명과의 결속력을 높이고 한 지붕 아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로, 금융권에서는 양사 간 화학적 결합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품에 안으며 기존 보험업에 부재했던 은행권 여·수신 기능을 단숨에 보강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2조8354억원으로 국내 저축은행 중 가장 많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전국 5개 영업구역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저축은행으로, 전국 단위의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실제 양사는 보험과 저축은행 상품을 결합한 복합 금융 서비스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금융 플랫폼 등을 통해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과 예·적금 상품을 연계 판매하는 등 교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잇단 계열사 재편…20년 숙원 지주사 ‘성큼’
교보생명이 이처럼 비보험 영역을 강화하는 배경 중 하나로 보험업 중심의 단일 사업 구조 탈피하려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금융지주사 전환은 신창재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2005년 첫 구상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 등 잇단 암초로 장기간 표류했으나, 최근 계열사 체제를 잇달아 정비하며 20여년 만에 본격적인 실행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현재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은 분주히 진행 중이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완전자회사 편입과 함께 독자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BNP파리바자산운용홀딩스가 보유하던 교보악사자산운용 지분 50%(300만주)를 1075억원에 전량 인수해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달 사명에서 ‘악사’를 뗀 교보자산운용은 최근 출시한 ‘파워 SK그룹’ 상장지수펀드(ETF)를 필두로 상품군을 확대해 ETF와 퇴직연금을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교보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들과 상품 개발·영업 등 전 영역에서 연계를 강화하며 자산관리 경쟁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본업인 생명보험 영역에서는 디지털 경쟁력을 내재화해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달 이사회를 통해 디지털 생보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의 사업과 인력을 직접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10여년간 축적한 라이프플래닛의 플랫폼 혁신성과 IT 전문성을 모회사 본체에 이식해 전사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판단이다. 통합 후에도 독립 부서인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신설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방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규제환경이 바뀐 이후 이사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고객보장 실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했으며 최종적으로 흡수합병을 결정하게 됐다”며 “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전문성과 혁신성, 민첩성을 교보생명의 보험사업 역량과 결합해 고객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