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빠른 독감 유행에 백신 ‘수급 차질’…WHO 발표 지연 여파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인플루엔자(독감)가 예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백신 품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 일정이 지연된 상태에서 접종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정부는 이달 초순 수급난 해소를 전망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국가예방접종(NIP)마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독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백신 공급 지연이 중첩되면서 병·의원의 백신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공급 차질의 주된 원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올해 유행 예상 균주 발표가 늦어진 점이다. 여기에 백신 포함 균주까지 변경되면서 제약사들의 생산·공급 일정이 일괄 밀렸다.

 

반면 독감 유행 시계는 오히려 빨라졌다. 질병관리청의 표본감시 결과, 올해 39주차(9월 20~26일)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1000명당 33.0명으로 전년 동기(9.0명) 대비 약 3.7배 급증했다. 독감 의사환자는 38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을 동반하는 환자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유행 속도가 빠른 만큼 예방접종 시기를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약 2주가 걸리므로 유행이 빨라졌다면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며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마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 교수는 “시기를 놓쳐 11월 중순이 지났더라도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 소아,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해마다 표면 단백질 모양을 바꾸는 ‘항원 소변이’를 일으키며, 면역력 역시 시간이 지나면 저하된다. 지난해 백신을 맞았거나 감염 이력이 있더라도 매 절기 새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백신이 감염을 100% 막지는 못하더라도 중증 진행이나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사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최근 4가 백신 대신 도입된 3가 백신을 둘러싼 효능 논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선을 그었다. 과거 4가에 포함됐던 B형 야마가타 계열은 2020년 3월 이후 자연 유행이 확인되지 않아 WHO 권고에 따라 제외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백신 효과는 바이러스 개수보다 해마다 유행하는 균주와의 일치 여부가 핵심”이라며 “과거 절기의 4가 백신을 찾기보다 해당 절기에 맞춰 구성된 3가 백신을 제때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령자의 경우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고면역원성 백신을 고려할 수 있으나, 여의치 않다면 수급을 기다리다 기회를 놓치기보다 연령에 맞는 일반 백신이라도 조기에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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