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반등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지만 시장의 발행·유통과 사업자 규율을 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 회복을 단기 매매 열기에 그치지 않고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투자자 보호와 혁신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11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를 목표로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의 병합 심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조율이 남아 있어 연내 처리 여부는 불확실하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시세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45분 기준 비트코인은 1억1564만8000원에 거래됐다. 표시된 등락률은 마이너스 0.30%로, 1억1500만원대를 유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코인마켓캡 기준 오전 11시30분 8만5601.14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96%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9월 한 달간 6.33% 상승하며 통상 약세를 보였던 시기를 넘겼다. 유가 하락과 예상보다 낮은 미국 물가지표, 비트코인 보유 기업의 매입 재개 등이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다만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가격 회복에 걸맞은 거래 참여와 현물 수요가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반등에도 입법 지연…11월 국회 논의 추진
시장 회복과 달리 입법 일정은 불확실하다. 지난달 말 공청회를 거쳐 국정감사 이후 법안소위에서 논의하는 일정이 거론됐지만 정부안 마련이 늦어지면서 공청회 개최도 지연됐다.
금융위는 정부안 제출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이미 발의된 의원안과 병합해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서나윤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세미나에서 11월 법안소위 논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병합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안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말고 국회 차원의 논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단계 입법은 이용자 보호 중심의 현행법을 넘어 발행·유통과 사업자·거래 규제, 스테이블코인 등을 포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통합법 마련에 착수했으며, 올해에는 거래소 잔고 검증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도 후속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거래소 지분 규제 쟁점…보호·혁신 균형 필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주요 쟁점이다. 국정감사에 이어 예산안 심사가 예정돼 있어 연내 처리까지 남은 시간도 빠듯하다.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의 조율 과정에서 논의가 길어지면 사업자들이 투자와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예측가능성 확보도 늦어질 수 있다.
법인 참여 확대는 기본법 제정과 별도로 추진돼 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법인의 단계적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금화 목적 매도와 투자 목적 거래를 구분해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입법 속도와 함께 제도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제도가 갖춰지면 가상자산 시장이 투자·거래 중심에서 발행과 유통, 결제, 금융서비스를 포괄하는 제도권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 등이 확대되면 은행·증권사·카드사·핀테크 기업과 가상자산 사업자 간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거래소 지분 제한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등이 과도한 진입 규제로 작용하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투자자 보호와 산업의 혁신 사이에서 균형 있게 설계하느냐가 법 통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