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과거 사기 행위가 적발된 기업의 사장 출신 인물이 설립한 회사에 대출과 지분투자를 했다가 94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대표의 경영 이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고, 사고 이후 자체 점검도 대출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8월 20일 전력반도체 업체 A사와 관련해 94억4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여신 약 74억4000만원과 지분투자 약 2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A사 김모 대표는 재무제표 조작과 허위 세금계산서 제출 등을 통해 산업은행 시설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8월 6일 금융감독원과의 통화 및 산업은행 공시를 통해 사기 혐의를 인지했고, 다음 날 본점과 금감원에 사고를 보고했다.
김 대표는 앞서 기업은행이 대출과 투자를 집행했던 B사의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B사는 2017년 수출가격과 거래실적을 부풀려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한 사기 행위가 적발됐다. 당시 기업은행은 B사 지분 4.53%를 보유했으며, 대출 등을 포함한 위험노출액은 약 200억원이었다.
기업은행은 2024년 작성한 A사 투자 분석 보고서에 김 대표의 B사 재직 이력을 기재했다. 보고서는 김 대표를 ‘국내 1세대 전력반도체 기술자’로 평가하고, 공장 설립과 장비 구축, 제품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A사를 단기간에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재직 회사의 사업 내용과 당시 경영 이력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판단의 근거로는 A사의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등을 들어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제시했다. 이후 매출 부풀리기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심사에 활용한 실적의 신뢰성도 쟁점이 됐다.
사고 공시 이후 점검 범위를 놓고도 문제가 제기됐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4일 자체 점검에서 대출 취급 절차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외부감사 의견이 ‘적정’이고 확인 가능한 공신력 있는 자료상으로는 이상 징후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 전결권과 자금 용도, 담보 관련 절차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지분투자 심사와 집행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체 점검을 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외부감사를 받은 재무제표와 세무·회계사가 확인한 자료 등을 토대로 심사했으며, 현장 실사를 통해 사업 실체를 확인하는 절차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여신을 제한했다.
자료 제출 당시 A사는 기업은행과 연체 없이 정상 거래 중이었다. 회수예상액과 손실예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