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분쟁 장기화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기술 투자 확산에 힘입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3%로 0.7%포인트 급등하며 6년 만에 세계 평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경제, 전쟁 충격…AI 인프라 투자가 버텼다
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치(3.0%)보다 0.1%포인트 상향한 3.1%로 제시했다. 올해 1월 3.3%였던 전망치는 중동 분쟁 발발 이후 4월 3.1%, 7월 3.0%로 하향곡선을 그리다 3분기 만에 반등했다. 내년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3.4%를 유지했다.
IMF는 “세계 경제는 다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조정 여지는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폭발적인 AI 수요 사이클이 실물 투자를 견인했고, 주요국 정부와 기업이 대체 운송로 확보와 재고 관리, 에너지 집약도 완화 등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충격을 완충했다고 평가했다.
국가군별로는 선진국 그룹 성장률이 2.1%로 0.4%포인트 상향됐다. 미국은 기존 전망치 2.3%를 유지했고, 유로존(1.1%)과 일본(0.7%)은 소폭 올랐다. 반면 신흥개도국은 3.7%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유가 상승 여파를 맞은 중국이 4.5%로 하향됐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격탄을 맞은 중동·중앙아시아는 올해 -0.3%로 역성장한 뒤 내년 물류 정상화와 함께 6.3%로 급반등할 전망이다.
성장의 양극화도 심화했다. 세계 성장의 95%를 차지하는 국가 수는 지난 4월 54개국에서 32개국으로 축소됐다. 글로벌 경제 성패가 분쟁 노출도와 AI 밸류체인 참여 여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하방 압력 역시 여전하다. IMF는 중동 교착 장기화, 에너지 인프라 피격, AI 수익성 재평가에 따른 투자 위축 가능성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에너지·식품 가격 불안을 반영해 기존과 동일한 4.7%로 전망됐으며, 신흥국 물가 상승률(5.7%)이 선진국(3.1%)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올해 4.6%로 둔화될 전망이다.
IMF는 “제도적 개선을 바탕으로 세입 증대와 지출 합리화를 결합한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조정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韓, 반도체 수출 호조세…1.9%→2.6%→3.3% 상향
한국 경제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3.3%로 0.7%포인트 대폭 상향했다. 이는 세계 평균(0.1%포인트)과 선진국 평균(0.4%포인트) 상향 폭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1월과 4월 1.9%에 머물렀던 수치가 두 차례 연속 크게 오르면서 한국 성장률은 6년 만에 세계 평균을 넘어서게 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8%로 0.3%포인트 올랐다.
IMF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지정학적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며 한국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치는 정부(3.0%), 한국개발연구원(KDI·3.2%), 아시아개발은행(ADB·3.2%)보다 높고 한국은행(3.3%)과 일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7%)와 무디스(3.5%)보다는 낮다.
재경부는 “강력한 AI 하드웨어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상향을 견인했다”면서도 “중동 사태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민생 부담이 여전하고 양극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등 구조적 과제가 상존하는 만큼 민생 안정과 구조 개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