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소기업, 법인파산 ‘최다’…대출 1000조 돌파 초읽기

법인 파산 신청 10년 만에 최대
은행 대출 3.8조↑…1000조 육박
연체율 0.49%…1년새 1.8배 상승
13개월 연속 5%대 금리 부담 가중

강현주 기자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올해 파산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입은 피해에서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금리, 고물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4일 금융감독원과 대법원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0.27%)의 1.8배 높아진 수준이다. 이 수치는 올해 8월 0.55%까지 치솟았다가 9월에는 분기 말 상각이나 매각 등으로 다소 떨어졌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최대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의 기존 최대치(1069건)보다 300건 가깝게 늘어났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인 것으 조사됐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사상 최대 수준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3조8000억원 증가한 998조원으로, 10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말 수치가 나오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4년 전(2019년 10월 말)과 올해 10월을 비교하면 283조원이나 증가했다. 증가 규모를 보면 그 이전 4년 동안(155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포함하면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잔액은 9월 말 423조원으로, 이를 합치면 중소기업의 전체 대출 잔액은 1400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금융사별로 상호금융 166조원, 새마을금고 110조원, 신협 72조원, 상호저축은행 64조원, 기타 11조원 등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의 대출 금리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5.35%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2월 2.89%에서 2021년 12월 3.37%로 상승했고 지난해 12월 5.76%로 급등했다. 이 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 연속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0월 중소기업의 신규 대출 가운데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은 62.1%에 달한다. 2년 전인 2021년 10월만 해도 이 비중은 3.0%에 그쳤지만, 20배 이상 급증했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물가 탓에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고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내년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여 이들 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앞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대출 행태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 태도 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다시 음수(-)를 기록했다. 수치는 1분기 3에서 2분기 0으로 떨어진 이후 3분기에는 음수로 전환했다. 이 수치가 음수로 나오면 은행이 전반적으로는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받아야 하며, 이를 넘어선 대출을 받고 파산한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하는 게 맞다”면서도 “기업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통해 파산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무조건 부실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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