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전면 시행된 후 약 반 년간 적립금액(판매금액) 규모가 13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 후 1년이 넘은 디폴트옵션 상품의 지난해 연 수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적립금 규모가 저조했다.
5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41개 금융회사의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금액은 약 12조552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3분기 말 대비 7조4425억원가량 급증했다. 현재 41개 금융회사는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306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300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형)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상품을 지정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이 중 DC형 적립금액과 IRP형 적립금액은 각각 8조5993억원, 3조9527억원이었다. 위험등급별로 보면 초저위험 상품 판매금액이 11조287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은 저위험(6835억원), 중위험(4057억원), 고위험(1749억원) 순이었다. 같은 기간 지정 가입자 수는 391만명에서 479만명으로 약 88만명 늘었다. 초저위험 지정 가입자 수가 422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저위험(24만명), 중위험(20만명), 고위험(13만명) 지정 가입자 수가 그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사업자별 디폴트옵션 적립금 규모를 보면 신한은행이 2조5122억원으로 KB국민은행(2조4064억원)을 근소하게 앞지르며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IBK기업은행(1조4640억원), 농협은행(1조4410억원), 하나은행(1조3704억원), 근로복지공단(9597억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의 적립금 규모는 8066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적었다.
설정 후 1년 이상 된 디폴트옵션 상품의 개별 수익률을 산술평균한 지난해 연 수익률은 약 10.13%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목표수익률인 연 6~8%보다 높은 성과다. 지난해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 속에서도 사전지정운용제도가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다고 고용부와 금감원은 평가했다. 다만 위험등급별 수익률은 최대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고위험 상품의 수익률은 14.22%였지만, 초저위험 상품의 수익률은 4.56%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위험자산을 편입한 주요 상품의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의 주된 목적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인 만큼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은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안정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도록 보다 내실 있게 제도를 관리·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