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에 나선 상장사들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결정하면서 흥행하는 듯했으나, 이후 주가가 흐르면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종목도 있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신규로 상장한 기업은 모두 14개였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에이피알이 유일하게 신규 상장했고 엔젤로보틱스, 우진엔텍 등 13개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1분기 상장사 14곳 모두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 기준 평균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엔 신규 상장사 17곳 중 공모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또한 기관 대상 수요 예측에서 올 1분기 상장사 경쟁률은 평균 918대 1을 기록했다. 4곳이 100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섰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올랐다. 올해 1분기는 1747대 1로 지난해 청약 경쟁률(934대 1)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4개사 중 12개사가 1000대 1을 넘어설 정도였다. 우진엔텍(2707.2대 1)이 가장 높았고 스튜디오삼익(2650.3대 1), 코셈(2518.4대 1)이 뒤를 이었다.
시초가는 공모가와 비교해 평균 168.0% 상승하며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는 73.0%였는데, 이 차이는 지난해 6월 규제 완화로 상장일 가격 제한폭(최대 60~400%)이 커진 영향이다.
반면 시초가 대비 1일 종가는 평균 -37.2%를 기록하며 높은 손실률을 보였다. 이는 상장일에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면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매도해야 수익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1월 우진엔텍과 현대힘스는 잇달아 상장일에 따따블(공모가 4배 상승)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높아진 기대감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단계에서 높게 책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수요예측 제도가 적정 기업가치 분석에 근거해 희망 가격을 쓰기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높은 가격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공모가는 높아지고 수익률은 하락하는 구조가 됐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IPO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 범위보다 점점 더 높은 가격에 결정되고 있다”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신규 상장 기업들의 시장대비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유통시장에선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따따블은 사라지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도 늘고 있다. 1분기 상장사 14곳 가운데 주가가 한 번이라도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은 총 6곳이었다. HB인베스트먼트는 1일 종가 기준 2970원으로 공모가 3400원을 밑돌았으며, 스튜디오삼익도 1일 종가가 1만4600원을 기록해 공모가 1만8000원보다 낮았다. 포스뱅크, 이에이트, 에이피알, 오상헬스케어도 마찬가지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