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보상’에 뒤집힌 순위...신한금융, KB 따돌리고 1위로

신한금융 순익 1분기 1.3조…KB 대비 2800억 많아
'홍콩 ELS' 충당부채 규모가 '리딩 금융그룹' 갈라
은행 견조한 성장 속 향후 비금융 기여도 주목

KB금융지주 및 신한금융지주 본점 전경. 각 사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를 따돌리고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사가 탄탄한 경상이익을 올린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충당부채가 KB금융에 견줘 월등히 적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26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1조3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규모다. 신한금융의 순익은 지난 25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보다 2796억원 많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 성장 및 마진 개선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가와 함께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를 비롯한 주요 그룹사의 신용카드 수수료, 증권수탁 수수료, 보험 손익 등 수수료이익 증가에 기반을 둔 비이자이익 증가로 그룹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로는 2740억원을 인식했다.

 

KB금융은 2위로 내려앉았다. 이 회사는 지난 25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1조49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5% 쪼그라들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안정적인 핵심이익 증가와 대손충당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홍콩 ELS 관련 고객 보상 비용 약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하면서 영업외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실적도 반토막났다.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의 순익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8.2% 급감한 3895억원에 그쳤다.

 

KB금융과 신한금융 간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둔 각축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1분기 홍콩 ELS 관련 일회성 비용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KB국민은행의 순익은 1조2605억원, 신한은행의 순익은 1조2026억원이다. 두 은행 간 순익 차는 579억원에 그칠 정도로 근소한 수준이다. 향후 안정적 여신성장 여부, 조달비용률 절감 등이 은행 성장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비금융 주요 계열사의 실적도 대체로 양호했다. KB금융에선 올 1분기 KB증권과 KB손해보험이 각각 1980억원, 2922억원의 순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8%, 15.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KB손해보험은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중심으로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된 가운데 계약서비스마진(CSM) 증가로 인한 보험영업손익이 늘었다. KB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69.6% 늘어난 1391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다만 KB라이프생명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7% 감소한 103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도 주요 비금융 계열사들이 약진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1분기 1851억원의 순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한 수준이다. 신한라이프의 올해 1분기 순익은 1542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36.6% 줄어든 757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에도 불구하고 과거 취급했던 인수금융 자산에 대한 손상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홍콩 ELS 보상에 따른 손실 인식은 올 1분기 금융권의 공통 이슈”라면서 “향후 비금융 계열사의 순익 기여도에 따라서 1위 금융지주의 자리가 언제든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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