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외식업…“고물가 영향, 비필수 지출 줄였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시민이 식당 간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제공. 

 고물가에 소비자의 지갑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식업 경기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1분기(79.28) 대비 3.68포인트 하락했다.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2022년 3분기 89.84를 기록했던 해당 지수는 점차 하락해 지난해 4분기부터는 70포인트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1분기 반짝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곧바로 약세로 돌아섰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고 수준의 상승폭을 나타내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누적된 고물가로 인해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게 나타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경기전망지수도 2분기 대비 낮은 지수를 보여 외식업 경기지수 하락이 전망된다. 여름철 성수기와 계절 메뉴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회복·내수 부진이라는 기조적 흐름이 변하지 않고 있다. 다음 분기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개월째 외식물가 상승이 지속하면서 구내식당이나 도시락을 이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제공.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보고서는 “외식업 경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의 침체 국면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인 국가 경제 침체와 고용 악화로 외식업과 같은 자영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외식산업 내의 경쟁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별 사업체의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모든 외식산업 업종에서 1분기보다 경기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주점업은 2분기 지수가 70.93으로 1분기(72.18) 대비 1.2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외식산업 세부 업종 중 가장 낮은 지수다. 보고서는 “고물가 현상의 장기화로 인한 회식 부담, 택시비 인상 등의 요인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의 지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식 음식점업 2분기 현재 지수는 73.13으로 3분기 만에 상승했던 지수가 1분기 만에 다시 하락했다. 김밥 및 기타 간이 음식점업은 74.01로 하락했다. 김, 야채 등 주요 식재료의 높은 물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경기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 구내식당업은 2분기 현재 지수가 99.11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커피 전문점이 속한 비알코올 음료점업도 84.53으로 비교적 높은 지수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2년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매출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줄어들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지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비자 방문 감소로 이어졌고, 지난해 전국 시도별 폐업률은 10%(전년 대비 1.2% 상승)을 기록했다. 폐업률 10%는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크게 줄어든 부문은 출장음식점업과 주점업으로 나타났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불황으로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게 되면 출장 서비스나 주점 방문 같은 비필수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지정학적 갈등 완화와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잦아드는 등 매출 하락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반적인 매출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