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 제로 과자, 제로 요거트까지. 그야말로 ‘온 세상이 제로’다. 음료의 경우 특히 그렇다. 굳이 제로 제품을 찾지 않는다 해도 집어보면 ‘제로슈거(Zero sugar·무당)’인 현실이다.
즐겁게 건강을 채우려는 ‘헬시플레저’가 대중화된 이후 기업들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맛 차이는 최소화하면서 당과 칼로리를 낮춰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기에 소비자도 선호한다. 제로 제품을 찾지 않는 소비자에겐 선택권이 줄어들었고, 선호하는 소비자에겐 선택권이 무한히 늘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2023년도 보고서가 인용한 마켓링크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제로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3683억원으로 전년도 2378억 대비 54.9%가 증가했다. 제로탄산음료는 전체 탄산음료 시장에 약 25%를 차지했다. 롯데웰푸드는 무설탕 디저트 전문 브랜드 ‘제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달달한 식혜부터 매실,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제로슈거, 제로 칼로리 제품이 쏟아진다.
낮은 당, 낮은 칼로리에 덮어놓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당도 과유불급이다. 적정량이 규정되어 있지 않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제로슈거 제품은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의 대체당을 사용해 기존 음료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당류 함량을 줄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식약처 및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감미료다. 하지만 칼로리가 없는 대신 소화가 되지 않는다.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두통,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올여름 ‘제로 전쟁’이 펼쳐지면서 기업들은 앞다투어 음료, 아이스크림 등의 신제품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제로’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몇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제로슈거 음료를 출시한 후 복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나온 것이다. 업체 측은 “대체당은 개인에 따라 적정 섭취량을 넘어서면 소화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일부 제품은 판매를 중단했다. 주문 시 과다 섭취 부작용을 안내하는 문구도 추가됐다.
이 같은 결과에 식약처는 지난달 ‘식품등의 표시기준’의 일부 개정을 통해 제로슈거 제품 정보 제공 강화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당류 함량이 100㎖당 0.5g 미만인 경우 ‘제로슈거’ 또는 ‘무당’이라고 표시할 수 있지만, 2026년부터 감미료 함유·열량 정보를 함께 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제품이 덜 달고 열량이 낮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내놓은 방침이다.
맛있게 먹고 살찌고 싶지 않은 세상이지만 ‘제로’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식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파악하고 내 건강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먹어야 건강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