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일본의 길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가 일본이다. 심지어 아시아 여러 나라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신음하고 있을 때 일본은 동아시아에 진출하려던 유럽 강국 중 하나인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승리를 거두기까지 했다. 어리석은 군국주의의 길로 들어서면서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고 중국을 침략하고 미국마저 침공하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군사적 파멸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에 맞서 미군을 이끌던 맥아더 사령관은 패전한 일본을 아예 농업국가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냉전이라는 미국과 소련의 대결 상황이 새로운 변화를 초래한다. 일본 산업계는 냉전이 낳은 한국전쟁을 통해 기사회생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아시아 주요 동맹국이던 중국이 공산화된 데다 소련을 배후로 둔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면서 공산주의의 위협이 현실화되자 미국은 안정적인 군수 및 보급기지로서의 협력국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일본이 미국의 눈에 들어왔다. 이후 미국은 일본에 아낌없는 지원에 나섰다. 당연히 농업국가로 만들겠다는 애초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일본은 이후 눈부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올림픽 이후 일본의 국가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20세기 주요 최첨단 산업 강국으로 거듭났다. 일본은 1980년대 들어서는 미국을 능가하는 눈부신 무역대국이 됐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제조업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음에도 꼼꼼한 장인정신과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로 차별화하면서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그렇게 일본 기업은 전 세계 기업인들의 귀감이 됐다. 

 

 자국 문화에 대한 국가 홍보전략도 올림픽 이후 한 단계 도약했다. 도쿄올림픽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이 주로 즐겨먹는 회와 초밥에 대해 서구 일부 언론매체에 ‘일본인들은 미개해서 생선을 날로 먹는다’는 식의 악의적인 보도가 나오자 일본 정부는 일본 회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아낌없는 홍보 예산을 쏟아붓기도 했다. 결국 오늘날 전 세계인들 사이에서 회와 초밥은 고급 외식 또는 건강식으로 자리 잡았다. 

 

 동아시아 산업화의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은 이런 일본이 앞서나간 길을 충실하게 따랐다. 먼저 이 길을 충실히 따라간 것은 한국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 일본 대기업의 경영문화를 이식해 철저히 내재화한 기업들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심지어 내부 기안과 문서 양식까지 일본 기업 것을 그대로 따라 쓰는 기업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일본은 처절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대일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 정부가 일본에 고환율 정책을 강요한 데다 일본 정부 역시 과열된 버블 경기를 식히고자 과도한 고금리 정책으로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일본 경제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나지 못한 것은 경쟁력 상실이 뼈아펐다. 무엇보다 일본이 후발주자 전략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고스란히 따라 하면서 연달아 일본이 차지하던 세계 제조업 1위 분야를 하나씩 빼앗기 시작했다. 후발주자 전략은 기존 선두 주자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방하고 품질도 갖추되 여기에 변화를 가미해 빠르게 따라잡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후발주자 전략은 마찬가지로 쉽게 따라잡힐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 최초로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를 발명, 세계 IT 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변혁보다 변화를 택함으로써 그것을 발로 차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일본은 이 분야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겨버렸고, 이후 미국의 자리는 한국과 중국이 차례로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 전문가 윤형돈의 ‘일본졸업’(지식공장장)이란 책에 나온 내용이다. 일본 산업의 경쟁력 상실 원인을 설명한 것인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주요 산업 관계자들도 일본처럼 후발주자 전략에 머무는 안일함에 빠져 변혁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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