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기업을 가다] 해외서도 대박난 K-샴푸... 새치 케어 선두주자 모다모다

모다모다 제로 그레이 블랙 샴푸. 모다모다 제공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과거 새치(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섞여서 난 흰 머리카락)는 중장년층의 고민거리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전 세대의 공통 관심사가 됐다. 생활 환경의 변화로 연령과 상관없이 희끗희끗한 머리에 신경 쓰는 이가 많아져서다. 이에 새치 샴푸 등 기능성 샴푸가 뷰티업계∙제약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2022년 기준 국내 헤어케어 시장 규모는 1조5266억원으로 5년 전(1조3464억원)보다 13% 커졌다.

 

 헤어케어 전문 브랜드 모다모다는 국내 새치 샴푸 업계 선두주자다. 2021년 새치를 자연스럽게 흑갈색으로 변하게 하는 새치 커버 샴푸를 국내 최초로 출시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모다모다는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품질 혁신 및 안정성 확보,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지난해 누적 매출 2000억원을 올리며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 모다모다 제공

 ◆사우나서 얻은 아이디어로 탄생한 새치 샴푸 

 

 모다모다를 창업한 배형진 대표는 영업사원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신풍제약에 입사했다. 그는 2000만원이었던 월매출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잘 나가는 영업사원이었던 배 대표는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고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2008년 의약품 도매회사 서화를 창업했다. 이후 그는 새치 샴푸 개발을 결심했다. 평소 다니던 피트니스센터 사우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우나에서 새치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셀프 염색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됐다. 또 대중목욕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염모제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샴푸만으로 새치까지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배 대표는 염모제를 기능성 화장품으로 전환하고 신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촉진하는 정책이 시행되던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염모제 활성화 방안’ 사업에 응모해 비에이치랩(현 모다바이오)을 설립하고, 브랜드 모다모다를 론칭했다. 2021년에는 7년간의 연구 끝에 과일과 식물의 갈변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폴리페놀의 자연 항산화 원리를 적용해 모발과 두피를 보호하고, 새치를 자연스럽게 흑갈색으로 변하게 하는 새치 커버 샴푸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배 대표는 “새치 샴푸 개발이 현실성이 있는지 전문가, 학계 교수님, 연구소 등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연구개발 초반 일반 염모제가 아닌 새치케어가 가능한 샴푸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염모제 활성화 방안 사업에 응모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혁신으로 위기 정면돌파

 

 머리를 감기만 하면 저절로 검게 염색되는 모다모다 새치 샴푸는 출시 5개월 동안 3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전성 논란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2022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모다모다 제품의 핵심 원료 성분과 관련해 안전의 우려가 있다며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배 대표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3년 12월 식약처는 약 2년간의 검증 끝에 모다모다는 처음 내놓은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에 함유된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을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했다. 

 

 모다모다는 품질 혁신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안전성을 검증한 신제품 출시로 활로를 찾았다. 2023년 폴리페놀 일인자로 통하는 박성영 한국교통대 교수의 최고안전경영자(CSO) 합류와 함께 식약처의 안전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한 2세대 제품 ‘제로 그레이 블랙 샴푸’를 출시했다. 블랙 체인지 콤플렉스 EX라는 새로운 폴리페놀 공법을 적용해 더욱 확실한 새치 커버 효과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당 공법은 까다로운 유럽 CPNP 인증을 획득해 모다모다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3세대 ‘제로 그레이 블랙 샴푸 10’을 출시했다. 3세대 폴리페놀 성분에 마이크로 버블 시스템을 공법을 적용해 새치 커버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단축하고 커버 지속력을 높였다.

 

 모다모다는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교통대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샴푸 조성물 및 제조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공동 기술 개발, 상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헤어 케어 제품 개발을 위해 기업과 대학이 뜻을 모은 사례로 SCI급의 논문 2편과 특허 15개 출원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모다모다 제로 데미지 3종(샴푸, 트리트먼트, 모발강화제). 모다모다 제공

 배 대표는 “성분 및 효능 개선, 안전성 및 코팅 효과를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3세대 제품까지 출시하며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또 ‘토탈 헤어 케어’ 브랜드로서 새치 케어 뿐 아니라 ‘제로 데미지’, ‘네이처 리프레싱’, ‘물염색’ 등 다양한 헤어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K-샴푸 선두주자…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K-뷰티 전성시대다. 과학적인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K-뷰티 제품들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모다모다 제품도 해외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다모다는 2021년 6월 미국 최대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1세대 제품을 먼저 선보여 9일 만에 목표 금액의 1000%를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같은해 9월 아마존 온라인몰에 입점해 24시간 만에 초도 수량 완판을 기록했고, 10월에는 일본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쿠텐 이치바’ 및 대만 인기 온라인마켓 ‘소피’ 입점에 성공하며 주요국 대형 유통 채널 확보에 속도를 냈다. 이후 2023년 북미 최대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에서 한국 헤어 케어 기업 최초로 헤어 분야 위너상을 수상하고 미국 월마트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모다모다는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각 시장 소비자 요구에 맞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특히 중동 및 유럽 시장에서는 친환경 포장과 천연 성분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모다모다는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참이다. 모다모다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일본 로프트를 포함한 버라이어티 채널, 아마존 중동에 입점해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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