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AI 판도 흔든다] AI 생태계 ‘메기’ 등장…글로벌 패권 경쟁 서막

챗GPT 맞먹는 가성비 AI 모델
개발비 81억원으로 빅테크 10% 수준
미국·프랑스, AI 투자 박차

중국의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V3’와 ‘R1’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사진은 스마트폰 화면에 딥시크 앱이 설치된 모습. AP/뉴시스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위기일까, 기회일까.

 

 양대 운영체제(OS) 앱 차트 1위를 휩쓸고, 미국 빅테크 기술주 하락을 야기한 딥시크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다. 큰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빅테크와 유사한 성능의 모델을 선보인 점에 인공지능(AI)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기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147.07달러였으나, 딥시크 충격으로 같은 달 27일 11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인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가 AI 인프라에 통 큰 투자를 예고하면서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한 바 있다.

 

 엔비디아 주가 흐름은 딥시크의 생성형 AI 모델 발표 시점과 맞물려 있다. 딥시크가 낮은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값비싼 AI 칩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범용 AI ‘딥시크-V3’를 처음 선보였다. 딥시크 측이 공개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V3는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1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3’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으로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H800’을 사용했는데, 이는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의 사양을 낮춰 출시한 칩이라는 점에서 충격파를 던졌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달 20일 딥시크가 오픈AI의 추론 AI 모델 ‘o1’보다 뛰어난 ‘딥시크-R1’를 발표하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딥시크 연구진은 R1 훈련에 600만 달러(약 86억원)도 들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신생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반란에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던 미국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딥시크의 성능과 실제 개발비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으며, 정보유출을 우려하는 시선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AI 액션 서밋’에서 “딥시크의 모델은 중국에서 개발된 최고의 작품”이라면서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학적 진보는 없다. 약간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고 언급했다.

 

 딥시크는 AI 가격인하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각 국의 AI 패권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 R1 출시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미국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4년에 걸쳐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726조8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AI 분야에 1090억 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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