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늘이 사건, 심리적 트라우마 우려…전문가 "조기 개입 중요"

대전 하늘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특히 학교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피해자 가족과 친구들, 같은 학교 학생들, 그리고 이를 접한 일반인들에게까지 심리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민범준 원장과 함께 트라우마의 심리적 영향과 대처 방안을 살펴봤다.

-어린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사건을 겪었을 때,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나.

 

“어린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장 걱정되는 반응은 등교 거부일 것이다. 학교가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고 느끼게 된 아이들은 등교를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불안과 공포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아이들은 악몽에 시달리거나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사건과 관련된 반복적인 악몽을 꾸거나, 잠들기를 두려워할 수도 있다.

 

일부 아이들은 분리 불안을 보이기도 한다. 부모나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며, 혼자 있는 것을 겁낼 수 있다. 이는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집중력 저하와 학업 성취도 하락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아이들은 과도한 경계심이나 놀람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주변 환경을 지나치게 경계할 수 있다. 불안과 공포는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두통, 복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으며,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의 표현일 수 있다.

 

일부 아이들은 공격적인 행동이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아이들이 경험한 트라우마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각해질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이번 사건을 어떻게 설명하고 대처하도록 도와야 할까. 특히 아이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언이 있다면.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이번 사건을 설명하고 대처하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사실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매우 슬픈 일이 있었어. 한 선생님이 아프셔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단다. 하지만 이제 그 선생님은 더 이상 학교에 오지 않으실 거야. 우리는 모두 안전하고, 어른들이 너희를 보호하고 있어’ 같은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답변하되, 불필요하게 상세한 정보는 피하는 게 권고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들의 감정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또한, 아이들이 뉴스를 장시간 시청하지 않도록 하고, 대신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야 한다.

 

일상적인 루틴을 유지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아이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와 집이 안전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시켜줘야 한다.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설명해주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지속적인 불안, 수면 장애, 분리 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아동 심리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번 사건처럼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장기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어떤 접근법이 효과적일까.

 

“이번 사건과 같은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PTSD는 트라우마 경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지속되는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말한다.

 

PTSD의 주요 증상으로는 사건의 반복적인 재경험(플래시백, 악몽 등), 사건과 관련된 자극의 회피, 인지 및 감정의 부정적 변화(우울, 불안, 분노 등), 과도한 각성 상태(불면증, 과민반응, 집중력 저하 등)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때 PTSD로 진단될 수 있다.

 

PTSD의 치료는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리치료 중에서는 인지행동치료(CBT)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BT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부정적인 사고와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며, EMDR은 트라우마 기억의 처리를 돕습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가 주로 사용된다. 이는 우울,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PTSD의 치료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전문가의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조기 개입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많은 경우 증상의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같은 뉴스를 접하면서 일반인들도 간접적으로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를 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지.

 

“이런 충격적인 뉴스를 접할 때는 정보의 과도한 소비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 명상, 충분한 수면 등 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나 주변인이 트라우마 증상을 보일 때, 비전문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도움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판단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대신에 ‘네가 힘든 걸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 두려움 등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임을 이해해야 한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함께하며 지지를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해주는 게 좋다. 또한, 당사자의 회복 속도를 존중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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