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비트코인 외환보유액 편입 첫 입장은 ‘신중론‘

한국은행이 16일 비트코인 외환보유액 편입에 대한 첫 입장으로 신중론을 내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서면 질의에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대한 첫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기로 한 후 국내 정치권에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한은은 신중론을 내놨다. 

 

 한은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의 서면 질의에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은이 비트코인 비축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는 대외 지급준비 자산이다. 금과 외환보유액 등을 뜻한다. 주로 안전자산인 선진국 통화로 발행된 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를 비롯해 주식펀드, 현금성 자산에 투자한다. 

 

 한은은 높은 가격 변동성을 문제점으로 봤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11만달러(약 1억6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8만달러(약 1억1000만원)대로 추락하는 등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은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유동성과 시장성을 갖추고 ▲태환성이 있는 통화로 표시되며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적격 투자 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IMF 기준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은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관해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가 없다”며 “체코, 브라질 등 일부 국가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중앙은행, 일본 정부 등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 의원 역시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비트코인 전략 자산 지정은 따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범죄 수익 등으로 몰수된 비트코인을 비축하겠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도 같은 이유로 보유한 비트코인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외환보유액에 편입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대선 공약대로 비트코인의 전략 비축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민·형사 몰수 절차의 일환으로 압수된 연방 정부 소유 비트코인을 비축 대상으로 하고, 당장 추가 매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지난 6일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도 비트코인을 외환보유액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병욱 총괄 부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전략적 비축 자산화가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밝혔고,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도 미국처럼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 대다수는 “비트코인 투자는 외환보유고의 고유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압수한 가상자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과 회계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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