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오는 2029년까지 5년간 총 42조원을 투자하고 첨단 미래 모빌리티 패권 경쟁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 사업에만 19조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기존 계획보다 4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기아는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미래 사업 투자 확충
투자액 42조원 가운데 미래 사업에 투입되는 19조원의 세부 비중은 전동화 67%, SDV 9%,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로보틱스 8%, 에너지 5%, 모빌리티 3%, 기타 7%다.
기아는 ▲커넥티비티 서비스 ▲자율주행 기술 ▲차량 성능 ▲디자인 등 네 가지 핵심 상품 전략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커넥티드카 서비스 적용 국가는 2026년까지 71개국으로 확대되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자체 고도화를 추진하고 데이터·인프라·산업 표준 기술은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다.
신규 파워트레인으로는 고효율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개발해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고밀도·저온 성능이 개선된 5세대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SDV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두닷(42Dot) 및 선행연구 조직 AVP본부와 협력해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
또 전기·전자 아키텍처, SDV 전용 운영체제, 직관적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3대 기술을 통합한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 SDV '페이스 카(Pace Car)'를 2026년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대규모 양산 체제와 생태계도 구축한다. 로보택시, 로봇, 도심항공 등 미래 수익 모델 확보를 위한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모셔널과의 협업을 지속 중이며, 보스턴다이내믹스와는 물류 로봇 ‘스팟’과 스트레치 로봇의 물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슈퍼널과는 도심항공(UAM)과 PBV를 연계한 응급의료 수송 서비스 등 멀티모달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기아는 주주 환원 정책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2027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매출 성장과 10% 이상의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을 달성해 총 주주환원율(TSR)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친환경 모빌리티로 미래 먹거리 모색
기아가 전기차(EV), 목적기반차(PBV), 픽업 트럭 등 친환경 모빌리티를 통해 중장기 전략을 강화한다. 2030년까지의 전동화 중심 사업 전략인 ‘플랜 S’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EV, PBV, 픽업 등 핵심 차종의 성장 전략이 제시됐다.
기아는 올해 친환경차 판매량을 89만7000대(전체 판매 비중 28%)로 예상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이를 233만3000대(56%)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125만9000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07만4000대가 목표다.
EV 대중화 모델인 EV3, EV4, EV5는 글로벌 시장에 본격 확대되고, 2026년에는 소형 전기차 EV2를 출시해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기차 판매 목표는 지난해 제시한 2030년 160만대에서 125만9000대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전기차 판매는 32만4000대, 2027년 78만3000대, 2030년 125만9000대를 각각 목표로 한다.
기아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가 효율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와 전자 아키텍처 개발, 하드웨어 최적화, 차량 소프트웨어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충전 인프라도 확대한다. 국내에 구축된 초고속 및 급속 충전기(2326기)를 2030년까지 1만3000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PBV 전략도 본격화한다. 기아는 글로벌 경상용차(LCV) 시장 진출을 목표로 2025년 PV5, 2027년 PV7, 2029년 PV9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2030년까지 누적 판매 목표는 25만대다.
이를 위해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용 공장인 ‘EVO 플랜트’를 짓고, 인근에 차량 전환(컨버전) 센터도 함께 조성해 제조 생태계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은 로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특화 모델 공급을 추진한다.
픽업 부문에선 최근 출시한 브랜드 최초 정통 픽업 타스만을 앞세운다. 타스만은 올해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 등 신흥 시장에 진출하며 연평균 8만대 판매와 북미 제외 시장에서 6%의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한다. 북미 시장에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형 전동화 픽업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연간 9만대 판매, 7% 점유율 달성을 노린다. 전동화 픽업은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및 적재 공간, 견인 시스템, 오프로드 주행 성능,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