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안보 이슈와 상호관세 등 무역 협상을 포괄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혀 한미 간 협상의 판이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우리는 유럽 주둔군에 비용을 내지만 (그에 대해) 많이 보전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무역과 관계는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역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각국에 대해 한 개의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깔끔하고 좋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무역 협상을 함께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주둔, 관세 등을 한 데 묶어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힘에 따라 한미 간 협상은 통상, 안보, 군사, 산업 등을 아우르는 메가톤급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와 경제, 산업을 연계한 포괄적 협상을 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며 한국도 전략적 대응을 요구받게 됐다.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이나 조선업 협력, 무역불균형 해소, 에너지 경제협력 등 다양한 경제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까지 패키지에 담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우리 정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로 한숨 돌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일시적으로나마 시간을 벌게 됐다. 대미 협상을 위해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이번 유예 조치는 미국 측과의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조선업 부활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조선업을 재건하고 중국이 글로벌 해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해양, 물류, 조선 부문에 대한 불공정 표적화 조사에 대한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USTR은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선업 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부분이다. 그는 지난달 4일 미 연방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며 백악관 조선 사무국 설치 및 조선업에 대한 특별 세제 혜택 제공 등을 약속했다.
트럼프의 조선업 재건 선언은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K-조선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첫 통화에서도 한미 조선 분야 협력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세계 1위 수준의 조선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내 조선업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미 조선 협력이 향후 대미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