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에 이어 무디스마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충격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다만 이번 등급 하향은 어느 정도 예상된 조치이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Aaa→Aa1)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관계기관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윤 차관보를 비롯해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17일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장기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1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 108년 만이다. 무디스는 등급 조정 이유로 “미국 정부 부채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공화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안이 이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미국은 S&P(2011년), 피치(2023년)에 이어 3대 글로벌 신평사 최고 등급을 잃게 됐다.
이날 점검회의 참석자들은 “무디스가 그간 미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해 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된 조치다. 시장에 미칠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 상황, 주요국과의 관세협상 등 기존의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부는 F4를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공조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증권업계는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와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신용등급 조정보다는 실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각국의 정책 방향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5포인트(0.32%) 내린 2613.70로 출발했다. 계속 2610선에 머물다가 한 때 2600선을 내주기도 했으며, 최종 23.45포인트(0.89%) 내린 2603.42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1.32포인트(1.56%) 하락한 713.75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720선 위에 머물렀다가 710선 초반까지 하락했다. 장중 711.46까지 밀리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2원 상승해 1397.8원을 기록했다. 이날 전 거래일 주간종가대비 5.5원 상승한 1395.1원으로 출발했으며, 장 초반 139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다만 이번 조치가 예고됐다는 점에서 과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만큼의 충격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8월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을 당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코스피는 3.8% 급락했고, 2023년 8월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는 1.9% 하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