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가 10년물 금리에 주목하는 이유

최영미 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부장

 지난해 8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고용 둔화에 대한 우려로 선제적 금리 인하(50bp)를 단행하는 등 금리 완화 기조를 이어갔으나 국채 발행 확대와 관련한 시장의 불안심리로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되며 금리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관세 발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와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이자비용 급증 등이 공급 물량 부담과 맞물리며 시장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이후 국채 발행 만기 조절과 관세발 경기둔화 우려로 장기금리 중심으로 하락 전환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교역 둔화 및 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폭 확대 기대감에 따라 장기금리 낙폭이 확대됐다.    

 

 팬데믹 기간 실물경기 침체로 재정적자가 큰 폭 확대되자 2020년 상반기에만 3조 달러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며 국채 발행 잔고가 급증했다. 이후 금리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비용은 지난해 3.02%로 1991년 3.15%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금리 인상기 국채발행 급증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T-Bill(단기채권, 만기 1년 이내) 중심으로 발행을 확대했고, 연준은 역레포 잔고로 단기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국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관련 의무지출과 국채 발행 급증 및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지출의 증가, 지정학적 위험 등에 기반한 재량지출(국방비) 확대 등으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의 증가로 GDP 대비 재정적자가 -7.2%(지난 1월) 중이며 향후 10년간 5%이상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과정에서 단기채권 만기 도래분의 시장 장기물 전환과 이자비용 급증에 따른 악순환 우려가 대두되며 장기금리 하락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장기물로의 성급한 전환보다는 비용 절감에 효과적인 단기물 중심의 차환 발행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나, 단기물 공급 부담을 완화해 준 연준의 역레포 잔고가 고갈 중임을 고려 시 국채 발행 규모 및 만기 구조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GDP 대비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하고 이를 위해 고관세 부과 및 재정축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 국채의 주요 투자처인 해외와 연준 등의 수요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채의 최대 보유 섹터인 해외부문 중 일본과 중국은 자국통화 가치 하락 방지 등 전략적 목적 하에 보유액을 축소 중이다.

 

 또한 연준은 역레포를 통해 단기 국채 공급물량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없는 한 연준의 장기 국채 보유 확대는 부담스러울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자비용 축소 및 국채 장기물 공급의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금리 하락과 더불어 미국채 투자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수요처 발굴의 필요성이 증가되고 있다. 

 

 또한 장기채 공급 급증 시 수요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현대화폐이론에 기반한 중앙은행의 매입확대나 국부펀드 활용,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초장기 무이자 국채 발행을 통한 기존 해외 보유 채권과의 교환 등 대응책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향후에도 연준의 기준금리 하락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중 장기물 금리는 제한적 하락이 전망된다. 과거에 비해 가격 할인이 많이 되어 있는 미국채 장기물 투자가 매력적으로 보이나, 투자 시에는 이러한 내용을 꼭 참고하길 바란다.

 

<최영미 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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