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을 하루 앞둔 2일, 부산과 울산, 경남 진주 등 영남권 지역을 잇따라 방문하며 조용한 행보에 나섰다.
첫 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은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범어사를 찾았다. 주지 정오 스님 등과 비공개로 차담회를 가진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선 정국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우리 서로 이심전심으로 통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은 “박 전 대통령의 범어사 방문은 단순한 사찰 예불 차원을 넘어 정치적으로도 상징성이 큰 행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대선 유세 당시 범어사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며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이곳과 인연이 있다”고 회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어사 측은 박 전 대통령이 10여 년 전 방문했을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을 선물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예전에도 이곳을 찾은 적이 있는데, 올 때마다 부산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를 느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찰 앞에는 박 전 대통령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박 전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인사로 화답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울산으로 이동해 장생포문화창고 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은 1962년 2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공업센터 지정 기념 발파식을 진행했던 장소다.
전시 공간을 둘러본 박 전 대통령은 “울산 땅 곳곳에 아버지의 발자국이 남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울산 방문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판단해, 현명하게 투표하실 거라고 믿는다”고 짧게 답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박 전 대통령은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시장 아케이드 일대에는 경찰 추산 약 5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박근혜 대통령’ 구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꽃다발을 건네거나 박 전 대통령과 하이파이브,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환한 미소로 응답하며, 지지자들과 함께 짧은 순간을 공유했다. 대선 전날 이뤄진 이번 방문은 공식 지지 선언은 없었지만,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