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 하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인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심의한 결과 이같은 내용의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씨제이이엔엠과 티빙은 웨이브의 이사 8인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지명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웨이브와 체결하고 지난해 12월 이를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시 국내 사전제작 콘텐츠 중심 유료구독형 OTT 동영상 서비스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내년 말까지 티빙·웨이브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하도록 하고, 추후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하더라도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통합 요금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씨제이이엔엠과 티빙이 속한 기업집단 CJ는 OTT 서비스인 티빙을 제공하면서 방송콘텐츠 제작·영화 배급 등 OTT 동영상 콘텐츠 공급 사업도 하고 있다. 웨이브가 속한 기업집단 SK는 OTT 서비스 웨이브를 제공하면서, 이동통신 및 디지털 유료방송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총 6개의 결합이 관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티빙 및 웨이브의 OTT 시장 수평결합 ▲OTT 시장과 3개의 콘텐츠 공급시장(방송콘텐츠 외주제작, 방송콘텐츠 방영권 거래 및 영화 부가배급) 간 3개의 수직결합 ▲OTT 시장과 이동통신 소매 및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 간 2개의 혼합결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국내 OTT 시장에서 티빙과 웨이브 간의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구독료가 인상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OTT 시장 상위 4개 업체가 3개 업체로 축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티빙과 웨이브가 각각 이용할 수 있는 단독상품을 없애고 결합상품만을 출시해 구독 요금을 실질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공정위는 티빙과 웨이브가 운용 중인 현행 요금제를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하도록 조치한다. 시정조치 이행기간 동안 티빙과 웨이브가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될 경우 현행 요금제와 가격대·서비스가 유사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
또 현행 요금제에 가입했던 소비자는 현행 요금제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 OTT 출범 이후 해당 서비스를 해지했다가, 소비자가 해지 시점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현행 요금제에 재가입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위는 CJ 소속회사가 넷플릭스·쿠팡플레이 등 경쟁사에 방송·영화 등의 콘텐츠 공급을 봉쇄할 우려는 낮다고 보았다. 더욱이 SK 소속회사가 OTT 서비스와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 서비스 간 결합 판매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 역시 낮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는 OTT 사업자 간 수평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격인상 효과 등을 차단해 OTT 구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면서도 콘텐츠 수급·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업결합 취지를 살려 궁극적으로 OTT 구독자들의 후생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