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스테이블 코인...카드업계는 ‘긴장’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미국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영향으로 사상 처음 11만 달러를 넘어선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여권에서 입법을 시도하는 가운데 지급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카드업계는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 발행이 가능해진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와 진행한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공약집에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활용 방안 마련을 담았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상용화되면 소비자는 가상자산 지갑을 이용해 가맹점에 직접 토큰을 전송할 수 있다. 기존 카드 결제는 소비자가 카드사와 은행을 거쳐 가맹점에 돈을 지급하는 구조인데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정산 과정이 사라진다. 중간 과정에서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내고 신용평가 등 부가 수익을 올렸던 카드사들은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이번 법안에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발행 근거를 마련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당초 공개된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의 자본금 기준은 5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5억원 이상의 일반법인으로 발행 요건을 크게 낮췄다. 비은행권인 핀테크와 가상자산 스타트업 등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 경쟁력이 사라진 카드사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현금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 기존 결제구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이제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향후 지급결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밀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거래 대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련의 절차들을 블록체인 기술로 간소화시키는 것인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발행 기준 완화가 된 만큼 카드사들이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 정부에서는 자본시장 도입형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고려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과거에 종합 지급 결제업 라이선스를 받으려다가 실패했다. 지금 법안대로라면 카드사들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로 나서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은행 계좌 없이 카드 발급하고 사업할 수 있다고 본다. 수수료 절감 효과와 함께 밴(VAN) 시스템이 무너지는 우려는 있는데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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