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백살에 미국행, 영어공부로 이룬 야구 레전드 홍성흔의 리턴매치”
2025년, 야구인 홍성흔(47)이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은퇴한 지 8년이 흐른 시점, 그는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의 인스트럭터 코치 제안을 받고 미국으로 떠났다.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된 이 도전의 배경에는, ‘영어’라는 새로운 과제가 있었다.
홍성흔은 KBO 리그 통산 2,000안타, 208홈런을 기록한 한국 야구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2016년 은퇴 이후 해설위원과 방송인으로 활동했지만, 그의 진짜 꿈은 “현장”이었다. 2017년,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에 정식 코치로 도전장을 냈다.
당시 일본과 대만 출신 전 야구선수들과 함께 코치직에 지원한 그는 유독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통역사를 대동했지만, 홍성흔은 통역 없이 지원 면접에 임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지만, 그는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현장에 부딪혔다. 이후 7개월 만에 그는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에서 정식 코치로 임명됐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과 언어 장벽은 그의 꿈에 아쉬운 쉼표를 찍게 했다. 결국 그는 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 2024년, 홍성흔은 다시 한 번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영어 실력 향상이 전제 조건이었다.
그는 영어 교육 기업 ‘야나두’와 상담을 진행했고, 레벨 테스트를 통해 현재 수준을 점검한 뒤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했다. 야나두의 커리큘럼은 하루 10분 학습과 뇌과학 기반 반복 설계를 통해 몰입과 지속을 유도하는 구조였다.
홍성흔은 영어 학습 역시 훈련처럼 꾸준히 반복했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진짜 실력이 늘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에 야나두는 그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작은 실험을 준비했다.

한국어를 이해하지만 영어만 사용하는 야구 유망주를 섭외해, 즉석 영어 코칭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통역 없는 환경에서 진행된 이 실전 테스트에서 홍성흔은 당황함 없이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기술을 전달해냈다. 이후 그는 다시 MLB 구단에 이력서를 제출했고, 마침내 피츠버그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홍성흔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며, 인스트럭터 코치로서 현장 경험을 쌓는 중이다. 그는 “미국 야구의 훈련 방식과 데이터를 배우고 한국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도전은 단순히 개인의 꿈을 넘어, 영어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실질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홍성흔은 “예전엔 영어를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 어디서 기회가 올지 모른다”며, “누구든 늦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아도, 시작하면 길은 생긴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