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생사의 기로에 선 홈플러스의 청산을 피하기 위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추진에 나선다.
MBK파트너스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인수자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 회생절차의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전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높다는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조사보고서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청산가치(약 3조7000억원)보다 낮게 평가했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높지만, 최근 영업실적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전날 공시한 2024년 회계연도(2024년 3월1일~2025년 2월28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3142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1994억원) 대비 적자폭이 늘었다. 2021년 회계연도 이후 4년째 적자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회생절차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홈플러스는 마지막 카드로 법원에 인가 전 M&A 허가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승인할 경우, 다음달 10일로 예정돼 있는 회생계획안 제출 시기는 M&A 완료 후로 미뤄진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는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하며, MBK파트너스는 이와 같은 홈플러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라며 “이 경우 자사가 보유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 소각되며, 경영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 대가 없이 M&A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는 또한 “인가 전 M&A가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는 인수인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활용해 회생채권 등을 변제하고, 대폭 부채가 감축된 상태로 정상회사로 경영될 것”이라며 “이미 대한통운, 팬오션, 대한해운,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팬택 등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MBK파트너스는 동북아 지역의 최대 사모펀드 운영사로 2015년 영국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무리한 차입 매수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유통업계 불황까지 겹쳐 기업 매각이 계속 좌절됐다.
결국 지난 2월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자 3월 초 법원 승인을 받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를 곤경에 빠트린 MBK파트너스가 추가 자금 투입 등으로 책임을 지는 대신 법정관리를 계기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