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가계 빚 부담이 소득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돈을 쓰지 않는 상황이 지속돼 내수 경기 침체를 유발하고 있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74.7%에 달했다. 처분가능소득은 1356조5000억원, 금융부채는 237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20년 말 182.9%에서 2021년 말 194.4%로 치솟았다. 그러다 2022년 말 191.5%, 2023년 말 180.2%로 점차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전년과 비교해 가계부채가 2.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소득이 5.5% 늘어 부채 비율이 낮아졌다.
최근 가계부채 비율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높은 수준이다.
OECD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우리나라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6.5%(잠정치)로 이보다 높은 나라는 전체 32개국 중 스위스,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 5개국뿐이다.
차 의원은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OECD 국가들은 높은 세 부담으로 처분가능소득이 적은 대신 사회 안전망이 탄탄해 우리나라 사정과 동등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많으면 소비 감소, 내수 부진,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민간 소비가 1.1%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계부채 같은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회복되더라도 1.6% 정도”라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과 이자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상황에서는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최근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부채 자체가 감소한 것은 2023년뿐이다”라면서 “새 정부가 부동산 등에 부채를 동원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유혹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가계부채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