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 투자)가 늘고 있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으로 전월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980억원 늘어났다.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지난달 증가분(4조996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95조141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799억원 늘어났다.
주담대는 최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로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차주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 11일 “5∼6월 중 선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0.19%)보다 0.7%포인트 늘어났으며 지난해 8월 마지막 주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박 차장은 “주택 거래량이 현재 추세로 미뤄보면 3월보다는 적고 4월보다는 조금 많을 가능성이 있다. 2∼3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7∼8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갈 것 같다”면서 “금리 인하 기조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부추기거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식시장이 활황인 점도 대출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920선을 돌파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핵시설 선제 타격으로 2900선 밑으로 떨어졌으나 전주 대비 82.57포인트(3%) 올랐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빚투도 늘고 있다.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6003억원 증가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더라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0%대 성장률이 현실이 됐기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아파트 매매량은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코스피 지수는 3000을 바라본다. 이에 영끌 대출, 빚투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가능 수준을 벗어날 경우 규제 카드를 꺼내 들 계획이다. 주담대 규제 우회 사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또 16일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가계부채 간담회를 하는 등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계대출 취급을 크게 늘린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도 계획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가계부채는 아직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나 금리 인하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으로 확대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장 과열 발생 시 준비된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