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기업을 가다] “소액으로 건물주 꿈 실현”... 부동산 조각투자 선두주자 루센트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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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이 운영하는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 이미지. 루센트블록 제공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투자 방식이 있다. 바로 조각투자다. 조각투자란 자산 일부에 돈을 넣고 지분 수익을 받는 투자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자산을 수백∼수천 명의 투자자가 조각 내어 일부를 보유하는 형태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액 자산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조각투자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조각투자 대상은 부동산, 음악, 미술품, 명품, 영화·전시·공연 등 다양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조각투자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367조원의 거대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조각투자 시장에선 부동산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고가의 부동산을 수익 증권화해 여러 투자자가 소액으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임대 수익을 배당받는 방식이다. 토큰증권(STO) 기술과 결합하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토큰증권이란 주로 고가의 실물자산 또는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해 이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받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이 갈수록 아득해지는 현실에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대체 자산 투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테크 기업 루센트블록은 대표적인 국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2018년 11월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소유권을 쪼개 투자하도록 한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를 운영 중이다. 최근 정부가 혁신성과 성장성이 뛰어난 중소·중견기업 509개를 선정, 맞춤형 금융 및 비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혁신 프리미어 1000’에 토큰증권 기업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지속적인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누구나 쉽게 부동산 자산 소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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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의 창업자 허세영 대표. 루센트블록 제공

◆짐 싸는 성수동 터줏대감들 보며 창업 결심 

 

 루센트블록 창업자인 허세영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학·석사 학위를 땄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그는 ETRI 연구원 시절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 소셜벤처와 인연을 맺게 됐다. 애초 성수동은 오래된 공장과 상점, 과일가게 등이 자리한 조용한 동네였지만, 수년 전부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급격한 임대료 상승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인근의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었다. 허 대표는 성수동 상황을 보며 자본이 부족한 사람도 일정 부분 부동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의 필요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본이 많지 않아도 월세 계약을 기반으로 부동산에 일부 투자할 수 있다면?’, ‘건물 가치가 상승했을 때 그 이익을 임차인과도 나눌 수 있다면?’이라는 물음이 바로 창업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하고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 즉 상생 모델의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2018년 루센트블록을 창업했다. 이후 루센트블록은 2022년 4월 국내 최초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인 소유를 선보였다.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 증권화해 누구나 소액으로도 지분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유는 실물 부동산을 증권화해 거래소에 상장하고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공모 청약이 완료된 자산은 수익증권이 발행되며 이는 소유 앱을 통해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다. 소유주는 주식처럼 건물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고, 월별 배당 수익과 더불어 매각 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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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9호 성수 코오롱타워. 루센트블록 제공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 

 

 루센트블록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산 소유는 자본이 있는 이들의 특권이 아닌 누구나 일정한 역할과 기여를 통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회사는 이러한 인식 아래 기존에 자본 규모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소외됐던 이들에게도 조각투자 방식으로 실질적인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5월 11호 상품 ‘대전 하나 스타트업파크’ 공모를 완판하는 등 업계 최다 공모 수를 보유하고 있다. 회원 수는 약 5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70% 이상이 MZ세대로 구성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루센트블록은 다운타우너, 공차처럼 이용자 경험과 브랜드 충성도를 고려한 자산부터 신도림 핀포인트타워와 같이 안정적인 임대 수익률을 중시한 오피스 자산까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부동산을 선별한다. 단순히 지분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의 긴장을 조율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예컨대 임차인이 투자자로서의 지위도 함께 갖는 구조에서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배당 수익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구조를 통해 자산 가치 상승을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 실현할 수 있는 구조다. 루센트블록은 이러한 상생 모델을 리테일뿐만 아니라 오피스 등 다양한 유형의 자산에도 적용하며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연 수익률 9%의 배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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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11호 대전 하나 스타트업파크. 루센트블록 제공

 ◆서울 아닌 대전에 본사를 둔 까닭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사람, 기업, 돈 모두 수도권에 쏠려있다. 대다수 플랫폼 기업들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루센트블록은 지방에서도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겠다는 다소 무모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품고 출발했다. 균형발전을 이뤄야 대한민국의 미래도 지속가능하다는 믿음과 지방에서 시작한 기업도 충분히 전국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바탕이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허 대표는 서울과 대전을 1년간 300회 이상 오가며 수많은 파트너사와 유관 기관을 직접 만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최근에는 대전시와 하나은행, 루센트블록이 협력한 11호 공모가 전량 완판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11호 대전 하나 스타트업파크 공모는 단순한 금융 상품을 넘어 투자자에게는 지역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자금 유입을 통해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였다. 금융과 지역이 상호작용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토큰증권의 대중화 실현

 

 현재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초기 단계다. 시장에선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큰 틀 안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토큰증권 시장은 조만간 제도권 편입이라는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22대 국회에는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당시 토큰증권 법제화를 약속했던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 

 

 토큰증권 법제화가 확실시되면서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주요 금융사와 플랫폼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루센트블록 역시 토큰증권 대중화란 핵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의 유동성, 제도 환경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끊임없이 전략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가치를 제공하는 게 업계 전체의 핵심 과제라고 보고 지속적인 고민과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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